“지금 아이언을 산다 해도 물건은 내년 4월에나 받아볼 수 있을 거예요. 찾는 사람은 넘치는데 샤프트를 못 끼워서 팔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원자재 부족과 글로벌 물류 대란의 충격파가 국내 골프계에도 전달되고 있다. 최근 골프 용품 업체들은 일부 부품의 수급 차질로 클럽 판매가 막히거나 신제품 출시를 미루는 등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클럽의 막대 부분인 샤프트다. 특히 철로 만드는 스틸 샤프트가 모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스틸 샤프트는 주로 아이언 클럽에 쓰인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모델은 그나마 물량이 남아 있지만 ‘커스텀(맞춤형)’ 주문을 넣으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브랜드도 있다. 골프 인기가 부쩍 높아지면서 맞춤형 스펙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용품 업체나 골퍼들이나 답답한 상황이다. A 용품사 관계자는 “물은 들어왔는데 노를 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수급 차질이 심한 제품은 일본 닛폰샤프트사의 N.S.PRO 라인과 미국 트루템퍼사의 다이나믹 골드 라인이다. 업계는 공급망 병목 등으로 인한 철강 공급 부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반응이다. B 용품사 관계자는 “샤프트 소재는 자동차 쪽 필요 물량이 커서 그쪽으로 먼저 빠지다 보니 샤프트 회사들에 공급이 늦어지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미리 확보한 샤프트 물량이 비교적 넉넉한 이 회사도 맞춤형 클럽에는 최장 6주 대기를 공지하고 있다. 수요가 비교적 적은 4번 아이언을 당분간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 용품사도 있다.
C 용품사 관계자는 “그나마 생산이 원활한 편인 다른 업체의 샤프트를 수입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곧 닥칠 운송 문제가 더 심각하다. 미국 본사 얘기로는 해운이든 항공이든 화물 운임이 최소 10배 올라 클럽의 물동량 자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샤프트만큼은 아니지만 그립도 모자란다. “한 번에 수백 개씩 수입해왔는데 요즘은 나라별로 100개 미만씩밖에 주문을 받지 않는다”는 게 용품 업체들의 설명이다. 고무로 만드는 그립은 드라이버·아이언·퍼터 등 모든 클럽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보니 조금만 모자라도 타격이 크다. 그립 없이 클럽을 파는 업체가 있을 정도다.
한 그립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골프 수요는 ‘역대급’으로 폭발하는데 글로벌 물류 대란이 닥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다. 그전에는 해외 공장에서 물건이 도착하기까지 사나흘 걸렸다면 요즘은 선사를 못 구해 최소 2주는 걸리는 형편”이라고 답답해했다. A 용품사 관계자는 “가격 상승 요인이 커 조만간 클럽 원가를 올릴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본사 얘기도 들려온다”며 “물건 구하기가 어려우니 ‘짝퉁’ 클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일부 골퍼들 얘기를 들으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