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등 대외 악재로 연일 추락하던 국내 증시가 낙폭 과대 인식이 커지며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급락장 공포를 겪은 개인의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매수 주체로 떠오른 기관과 외국인은 자동차와 2차전지 등 향후 실적 개선과 성장성이 뚜렷한 종목에 베팅해 주목된다.
코스피지수는 14일 기관이 5,029억 원을 순매수하며 전일 대비 1.50% 상승한 2,988.64로 마감해 연이틀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은 외국인이 1,855억 원을 사들이며 무려 3.14%나 급등하며 983.43까지 올랐다. 이날 개인은 양 시장에서 모두 매도에 나서면서 최근 급락장 이후 크게 위축된 투자 심리를 계속 이어갔다. 이처럼 최근 증시에서는 개인의 위력이 후퇴하고 기관과 외국인이 다시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우선 기관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자동차와 2차전지주를 쓸어 담았다. 기관은 이달에만 기아(000270)(1,154억 원)와 현대차(005380)(1,110억 원)를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많이 매수해 총 2,264억 원을 사들였다.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양사의 주가는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2.61% 급락했음에도 각 3.57%, 4.50% 상승했다. 기관의 자동차 사랑은 부품 공급 차질 문제가 개선될 경우 자동차 판매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라는 암초를 만난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 11.2%, 2.2% 하락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의 20~30%를 책임지고 있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대기 수요는 여전히 많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점차 완화돼 감에 따라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생산량 반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관은 LG화학(051910)(1,340억 원), 삼성SDI(006400)(1,018억 원), 고려아연(721억 원) 등 2차전지 관련 주 역시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기관이 단일 종목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035720)(1,564억 원)였다.
외국인은 2차전지 관련 주를 적극 사들이고 있다. 이달에만 LG화학을 3,495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2차전지 관련 주인 SK이노베이션(096770)이( 1,174억 원) 합계 순매수 2위를 차지했다. 특히 LG화학은 최대 걸림돌이었던 GM과 배터리 리콜 문제가 일단락되며 주가 상승에 날개를 달개 됐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만 LG화학을 1,795억 원 순매도하며 외면했다. 하지만 GM리콜 문제가 해결되고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가 재개되는 등 호재가 겹치며 반전을 맞았다. LG화학은 이날 4.95% 급등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에 대해 “GM리콜 관련 비용은 예상과 유사한 수준이라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됐다”며 “소재 사업 성장성은 여전히 재평가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겨울철 성수기를 맞아 가스 소비 증가에 따른 실적 상승이 예고된 한국가스공사(564억 원) 역시 세 번째로 외국인들은 많이 샀다. 5위와 6위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대감을 받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494억 원)와 신풍제약(019170)(418억 원)이었다. 베트남 제약사 나노젠과 코로나19 백신의 생산·판매 등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에이치엘비(028300)(406억 원)도 외국인의 선택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실적 개선주와 향후 시장의 중심축을 담당할 기업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품 수급 이슈로 인한 정보기술(IT), 자동차 산업의 조업 차질 이후 실적 정상화 국면에 돌입한 기업들과 신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할 수 있는 기업들 간 균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