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北피격 살인죄 수사' 해경, 이제 와서 "초기자료 檢에 넘겼다"

해경, 재판서 "초기 수사자료 원본, 인천지검 넘겨"

'성명불상 北군인' 살인죄 피의자 입건도 처음 밝혀

"美中 공조 수사" 주장...유족 "대사관에 확인할 것"

靑·국방부, 모든 정보 비공개 고수...29일 변론종결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연합뉴스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연합뉴스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해양경찰청이 유족 측이 요구한 초기 수사 자료 원본을 이미 검찰에 넘겼다고 뒤늦게 법정에서 밝혔다. 그간 정보공개 요청을 받은 정보를 모두 원본으로 보유한 것처럼 주장해 오다가 재판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입장을 다소 바꾼 것이다. <관련기사> ▶[단독] 文임기 7달 남았는데···靑 "北피살 정보, '비공개 대통령기록물' 예정"

1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피살 공무원 유족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해경청장 간 정보공개청구 소송 1심 두 번째 재판에서 양측은 정부의 관련 정보 비공개 방침 이유를 두고 팽팽한 설전을 펼쳤다. 특히 재판에 출석한 해경 직원은 유족 측이 요구한 ‘무궁화 10호 직원 9명의 진술조서’ ‘초동수사 자료’ 등의 원본을 수사를 지휘하는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이미 넘겼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유족 측이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부터 소송으로 번진 지금까지 해경 측이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 직원도 이 사실을 전날인 14일에 알았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정부 측 소송 자료에 따르면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측은 지난 9월18일 수사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하겠다면서 “원본을 제출할 경우 ‘분실 등 사고 우려가 있으므로’ 사본 형식으로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청장 측은 또 이날 소송 준비서면을 통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정보가 공개되면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영향력을 받을 개연성이 농후해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 수사자료 원본들을 검찰에 넘긴 사실은 전혀 언급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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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청장 측은 아울러 “참고로 해경은 이 사건(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성명불상 북한 해양경비군인을 살인죄의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현재 법무부와 미국 국무부를 통한 국제형사사법공조, 중국 해경국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협조 요청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서면으로 밝혔다. 해경 사건을 살인죄로 수사한다는 것도 이날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피해 공무원의 신분은 현재 사망자가 아닌 실종자 상태다. 김 청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해경 국정감사에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단독] 해경 "'성명불상' 北군인, 공무원 피격 살인 피의자로 입건"

이날 재판부가 해당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해경 측은 변론종결일인 오는 29일 전까지 인천지검에서 관련 자료 원본을 받아 내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 재판부의 최종 판단은 내달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법원에서 서울경제 취재진과 만난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진술조서의 경우 이미 언론에 나온 내용도 있어 이를 실제 진술과 대조해 보겠다는 취지인데 왜 감추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해경이 미국, 중국과 정말 공조 수사를 하는지 각국 대사관을 통해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0월 국방부에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 파일 등을, 해경에 어업 지도선 동료 9명의 진술 조서 등을, 청와대에 사건 당일 주고받은 보고·지시 사항 등을 각각 밝혀달라며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에 이씨는 올 1월13일 서울행정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첫 재판은 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이 지난 8월20일에야 열렸다. 청와대와 정부 측은 첫 재판에 돌입하기 전부터 “한반도 평화 증진, 군 경계 태세 등 국익을 현저히 침해할 수 있다”며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와 국방부, 해경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예정’ ‘중대 국익 침해 우려’ ‘중요 국방정보’ 등을 이유로 모든 정보를 비공개하겠다는 의사를 되풀이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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