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의 고의 충돌 의혹에 이어 불법 도청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빙상계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빙상인은 “당시 팀 상황에서는 (도청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빙상인 A씨는 지난 14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익명 인터뷰에서 “(올림픽) 당시 선수들과 코치 사이에 믿음이 크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심석희 선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녹취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행자 표창원씨는 ‘비일비재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말씀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A씨는 “제가 직접 목격도 했고 듣기도 했다”고 답했다. 다만 A씨는 직접 목격한 상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조재범 코치와 소수 선수만의 다른 단톡방이 있었다. 믿음이 없으니 선수들 사이에서 계속 녹취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소위 ‘한체대(한국체육대) 라인’ 탓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서로 도청을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체대 라인과 비한체대 라인이 사이가 좋지 않아 서로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녹음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코치와 선수 단톡방이 있다는 걸 모를 리는 없다”며 “거기 속하지 않은 선수들은 경기나 훈련에서 안 좋게 공격당할까 봐 녹취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조선일보 보도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드러났다. 조재범 전 코치는 “한체대 교수의 지시를 받고 최민정을 찾아가 한체대 재학 중이던 심석희에게 금메달을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심석희와 B 코치가 최민정을 두고 “브래드버리 만들자”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그런 문자가 나왔기 때문에 고의충돌 의심이 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쇼트트랙 종목 특성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그 상황에서 고의충돌까지 생각하기는 힘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표씨는 “스포츠 평론가는 심석희가 3위로 달리고 있어 충돌해도 얻을 게 없고, 최민정이 아웃코스에서 인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의 충돌은 아웃코스에서 들어온 선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 고의 충돌 가능성을 낮게 봤다”며 “다른 의견이 있느냐”고 물었다. A씨는 “이 부분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인, 선수들 간 알력 탓에 고의충돌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 짧은 순간에 올림픽에서 (고의충돌)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우선 (심석희) 선수도 고의충돌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런 대화를 한 지도자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짚어 말했다. 그는 “심석희 선수만의 개인 코치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팀을 이끌고 올림픽 무대에 섰는데 같은 팀 선수와 지도자를 비방하는데 동조한다는 것 자체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빙상연맹은 고의 충돌 논란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와 조사위 구성을 놓고 협의하는 과정”이라며 “수일 내로 윤곽이 잡히면 조사 내용과 범위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