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로 올해 3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7일 한국 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자동차 생산량은 총 76만 1,975대로 전년 동기 92만 1,583대보다 20.9%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던 지난 2008년(76만 121대)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1분기에 90만 8,848대, 2분기에 90만 5,699대를 생산하며 지난해 실적을 일부 회복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동남아시아 지역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하자 3분기 생산량은 80만 대 이하로 다시 떨어졌다.
업계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올해 9~10월에는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수급난은 풀리지 않고 있다. 동남아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이어 중국 전력난으로 인해 현지 반도체 부품 생산 공장들이 일부 멈춰 서며 수급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업체별로는 현대자동차 3분기 생산량이 35만 209대로 지난해 41만 5,992대보다 15.8% 줄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지난달 9~10일과 15~17일 동안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기아는 3분기에 32만 1,734대를 생산하며 지난해(34만4,212대)보다 6.5% 감소했다. 기아는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공장을 멈추지 않아 생산량 감소가 소폭으로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 생산량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에 10만 2,747대를 만들었지만 올해 3분기 생산량은 4만 5,939대에 그친 것이다. 한국GM은 지난달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 1·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에는 부평 1공장을 2주간 휴업했다.
반면 르노삼성은 지난해 3분기(3만 1,537대)에 비해 오히려 7% 늘어난 3만 3,760대를 생산했다.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는 2만 499대를 생산해 2만 6,164대를 생산한 지난해보다 21.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