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에 오른 4인의 예비 후보들이 서로를 향해 “선거 연패의 주역” “앞잡이” 등 비난에 가까운 말을 던지고 있다. 특히 ‘왕(王) 자’ 논란과 잦은 실언으로 수세에 몰렸던 윤석열 후보가 최근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서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도 더 거친 말을 돌려주면서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격화되는 상황이다.
윤 후보는 19일 부산 해운대을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4연패 주역들이 당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피인 제가 여러분과 함께 당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홍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이 최근 네 번 진 지난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19년 재보궐선거, 2020년 총선 가운데 홍 후보는 2019년 재보궐선거를 뺀 모든 선거에 출마하거나 선거를 지휘했다. 또 경륜을 강조하는 홍 후보와 유 후보를 싸잡아 “선진국에서는 5선 의원 하다가 한번 쉬었다 다시 오면 초선”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홍 후보가 반박했다. 그는 “4연패로 당이 존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문재인 정권의 앞잡이가 돼 우리 당을 혹독하게 궤멸시킨 공로로 벼락 출세한 사람이 할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입당 때부터 기고만장하더니 온갖 비리에 휩싸여 있는 사람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보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도 입씨름에 끼어들었다. 그는 “대구 호텔 수성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정치적 중립 때문에 보장한 임기를 마치지 않고 나와 대선에 출마해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나선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에 더해 2차 경선 탈락 후 홍 후보와 손을 잡은 최 전 원장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원희룡 후보는 윤 후보의 “전두환도 잘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겨냥해 “사람만 잘 쓰면 된다는 인식이야말로 왕조시대의 왕보다도 못한 천박하고 한심한 지도자 철학”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후보들이 본경선 투표에서 50%를 차지하는 당원 표를 잡기 위해 더 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원들은 여당의 최종 후보가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누를 강한 후보를 원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당원들은 전략적인 투표를 한다”며 “이재명 후보를 누를 정도의 역량을 갖춰야 표를 얻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