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춤했던 미국 증시가 기업들의 3분기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에 급등세를 보이며 미국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그동안 실적을 발표했던 기업들이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웃돌 뿐 아니라 발표가 예정돼 있는 기업들 역시 시장 기대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증시가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데 이어 고용 지표 개선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해소돼 내년에는 1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ETF를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ETF 52개에는 18일 기준 일주일 만에 1,93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한 달 동안 4,577억 원, 3개월간 1조 8,905억 원이 몰리는 등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1.58% 올라 3만 5,294.76에 마감했다. 약 한 달 만에 3만 5,000선을 회복한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한 주 동안 1.82%가 올라 4,471.37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8% 올라 1만 4,897.7을 기록했다. 지난 14일에는 S&P지수는 7개월 만에 가장 큰 일일 상승률인 1.71%만큼 상승하는가 하면 나스닥지수 역시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반면 미국 10년물 만기 국채금리는 한 주간 0.02%포인트 하락한 1.59%를 나타냈다.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끈 것은 기업 실적들이었다. 3분기 실적을 내놓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그룹·모건스탠리 등 월가 기업 8곳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순이익이 50% 안팎 수준으로 증가했고 이달 15일까지 실적을 발표한 41개 기업들 중 83% 정도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세트에 따르면 이날부터 실적을 발표할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3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투자운용사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주식시장이 내년에 10% 이상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대표지수와 반도체 등 기술주에 투자하는 상품에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통신 등 업종 대표주 100개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에 투자하는 ‘TIGER나스닥100’은 일주일 만에 1,264억 원이 유입됐고 ‘KODEX미국나스닥100선물’에는 28억 원이 들어왔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미국S&P500’ ‘KINDEX미국나스닥100’에도 224억 원, 40억 원이 각각 몰렸다. 분배금 지급 없이 바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KODEX미국S&P500TotalReturn’과 ‘KODEX미국나스닥100TotalReturn’에도 한 달 새 각각 125억 원, 222억 원씩 자금이 유입됐다. 또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과 아마존·구글 등 테크기업 10곳에 투자하는 ‘TIGER미국테크TOP10INDXX’에도 한 달간 263억 원, 701억 원씩 순매수가 일어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모건스탠리·BoA·씨티그룹 등 잇따른 호실적 발표로 3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된 모습”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매크로 민감 장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지만 그동안 눈높이를 낮춘 실적 기대감이 역설적으로 증시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