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의회, '코로나 부실대응' 대통령에 30만명 살인죄 기소 의견

브라질 상원 산하 조사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부실하게 대응해 국민들을 대규모 사망 사태에 이르게 했다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을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은 헤난 칼례이루스 상원의원이 이끄는 코로나19 국정조사위원회가 작성한 1,200쪽 분량의 국정조사 보고서 초안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위원회가 6개월간 50회 이상 청문회를 거친 끝에 작성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살인을 포함해 최소 11개 혐의를 적용했다며 기소 의견을 전했다. 보고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보건·방역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무모한 집단면역 방역 정책을 취한 끝에 결국 수십만명이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브라질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60만 명 중 절반이 죽지 않았어야 할 사람들이며 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문가들이 권고한 이동 봉쇄·경제 활동 중단 조치 등 시행을 거부하고 집회·시위를 장려한 바 있다.





그는 병원·해변 등지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등 본인이 방역 수칙을 무시하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는 백신을 아예 접종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울러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클로로퀸·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적극 선전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이 치료제들을 지지했다는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전 보건장관의 증언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정관계에 몸담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세 아들을 비롯해 전·현직 정부 고위 당국자 69명도 함께 범죄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다음날 상원에서 보고서를 공개해 다음 주까지 보고서 채택을 위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보고서에 나온 죄목으로 실제 기소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기소가 이뤄지려면 상원뿐 아니라 하원도 보고서를 승인해야 하고 이어 검찰총장이 소추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하원은 대통령 지지 세력이 장악하고 있으며, 검찰총장 역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라고 NYT는 설명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자 해당 보고서가 정치적 동기로 작성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지지자들에게 조사 내용에 대해 "웃기는 소리"라며 자신은 보고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