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동과 정상 아동의 장내 환경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자폐증의 일종인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치료제 개발의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근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와 일동제약(249420) 연구팀은 한국인 ASD 아동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특징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한국 ASD 아동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시도한 국내 최초 연구 성과다.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ASD는 사회성 결여와 의사소통 문제, 비정상적이고 상동적인 행동 양상을 나타내는 신경발달장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ASD 유병률은 54명당 1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유병률은 2% 내외로 집계된다. 아직까지 ASD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제 역시 ASD의 핵심 증상이 아닌 정신질환에서 동반되는 문제행동에 대한 대증적 약물치료로 국한돼 있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ASD 아동 54명과 비슷한 연령의 정상 아동군 3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ASD 아동과 정상 아동군의 분변을 수거해 분변 내 미생물 유전자를 추출하고,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술을 이용해 장내 미생물 염기서열 데이터를 대량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후 생명정보학 분석을 통해 수행해 ASD 아동과 정상 아동군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비교, 분석했다.
ASD 환자와 정상발달대조군(TDC)의 장내 미생물 기능 분석 그림/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그 결과 정상 아동군의 장내 미생물에서 의간균류의 박테로이드 속이 차지하는 비율이 ASD 아동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테로이드 속이 인지 및 언어 발달 강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코지르스키 앨버타대학 박사의 최신 연구와 상응하는 결과다. 반면 ASD 아동은 방선균류의 비피도박테리움 속이 정상 아동군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비피도박테리움은 일반적으로 유익균으로 인식되지만 하위 분류인 종 수준에서 종류와 기능이 다양해 세부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ASD 아동군과 정상 아동군은 장 건강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의간균류/후벽균 비율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장내 미생물의 기능적 관점에서 정상 아동군은 영양 및 에너지 대사 관련 기능이 활발했으나 ASD 아동군은 유전정보의 복제, 수리 기능이 더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천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활발한 데 비해내에서는 관련 연구결과를 찾기 힘들었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ASD와 정상아동군 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포와 기능 차이를 발견하면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로서 마이크로바이옴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최성구 일동제약 연구개발 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바이옴이 ASD 환자의 에너지 대사와 긴밀한 연결 고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향후 에너지 대사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ASD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