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힘 보태겠다"했지만…이낙연, 선대위 상임고문만 맡는다

[이재명-이낙연 14일만에 회동]

기대했던 선대위원장직 안맡아

화학적 결합 더 지켜봐야 할듯

송영길 "원팀 성공적 봉합 계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왼쪽 두 번째)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세 번째) 전 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에서 회동하며 손을 잡고 있다. /권욱 기자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왼쪽 두 번째)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세 번째) 전 민주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에서 회동하며 손을 잡고 있다. /권욱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상임고문을 맡는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 2주 만에 만난 자리에서 “정권 재창출에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지만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역할보다는 행보가 좀 더 자유로운 ‘상임고문’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원장 역할이 아니다 보니 일각에서는 완전한 화학적 결합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이 전 대표의 발언·행보, 그리고 출정식 때의 메시지를 봐야 정확한 의미를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전 대표는 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찻집에서 이 후보와 만나 이같이 협의했다고 오영훈 의원이 전했다. 이번 회동은 경선 기준으로 14일, 이 전 대표가 승복 선언(13일)을 한 날 기준으로는 11일 만에 성사됐다.



오 의원은 “이 후보는 이 전 대표께 선대위 참여를 요청했고 협의한 결과 이 전 대표가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회동 전 인사말을 통해 “문재인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면서 “당원과 지지자께서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이어가야 한다는 대의를 버리지 말기를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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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전 대표는 이 후보 측에서 줄곧 요청해온 공동선대위원장직은 일단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측은 지지자들이 경선 결과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내는 등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 후보를 적극 돕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제 이 전 대표는 전날 캠프 의원들이 모인 대화방에서도 “여러 고려에서 이 후보와의 만남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내일 이 후보와 만나 신중하게 대화하겠다. 동지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에 거스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여겨졌던 지지자 간의 화학적 결합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상임고문은 공동선대위원장보다는 개입 정도가 약한 자리로, 적극적으로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양 지지자 간 화학적 결합은 더욱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당내 경선에서 경합했던 후보가 선대위원장직을 맡는 게 일반적이지만 상임고문을 맡았던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면서 “표면적으로 원팀을 향한 봉합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일부 지지자 입장에서는) 아직은 이재명을 믿고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마지못해 원팀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 박찬대 의원도 “지지자들의 마음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두 분이 인정했다”며 “이 후보도 지난 대선 승복 이후에 지지자들의 마음 상처가 짧은 시간 안에 회복되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서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이 전 대표 캠프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선대위 참여 방안도 참모 간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신복지 정책은 선대위에서 직접 챙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선대위에 후보 직속의 제1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후보가 위원장을 맡는다.

민주당은 경선 후 불거졌던 원팀 논란을 성공적으로 봉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 전 대표와 이 후보의 회동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전반적으로 하나의 민주당이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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