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10조 원+α의 추가 세수를 유류세 인하와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에 투입하고 일부는 나랏빚을 갚는 데 사용한다. 다만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해 늘어난 세수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편은 하지 않고 생색만 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올해 세수 규모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 예상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추가 확보된 세수를 활용해 국민들의 어려움을 추가로 덜어드리면서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함으로써 재정 건전성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과 세수 발생을 공식화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31조 6,000억 원 규모의 세입 경정을 하며 올해 국세 수입 목표를 지난해 계획한 282조 7,000억 원에서 314조 3,00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폭등과 징벌적 과세 부작용, 경기 회복세가 겹치며 이보다 더 많은 10조 원+α가 걷힐 전망이다. 지난 8월까지 누적 국세 수입은 248조 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5조 7,000억 원 증가했다. 연간 목표 대비 수입 비율인 국세진도율은 79.0%에 이른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 호황 덕에 양도소득세가 10조 3,000억 원 늘었고, 증권거래세도 2조 2,000억 원 많아졌다. 올해 9~12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 세수(93조 원)와 동일한 규모로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연간 세입 예산보다 26조 9,000억 원이 증가하지만 세정 지원 기저 효과 등을 감안했을 때 전년 대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초과 세수는 10조~20조 원 규모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부분은 정부가 초과 세수를 내년에 할 결산으로 넘기지 않고 상당수를 올해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해석된다. 단 국회 통과와 연내 집행 등의 시간을 고려할 때 물리적 여건상 3차 추경은 불가능하다.
우선 유류세 인하와 액화천연가스(LNG) 0% 할당관세 등에 3,000억~4,000억 원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으로 1조 원을 마련해놨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장기화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예산과 손실보상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피해 업종 자금 지원(대출)에 3조 원이 필요하다. 국가재정법상 국세 수입의 40%는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하게 돼 있어 4조~5조 원은 결산 때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2조~3조 원은 국가 채무 상환에 쓰일 수 있다.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르면 초과 조세 수입을 이용해 세입·세출 외로 국채를 우선 상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권 말 재정 건전성을 더 양호하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는 미발행과 바이백(조기 상환) 중 발행 한도보다 적자 국채를 덜 찍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에 25조 원가량의 초과 세수가 예상되자 적자 국채 발행 계획(28조 8,000억 원) 중 13조 8,000억 원을 발행하지 않은 바 있다. 올해 말 국가채무는 963조 9,000억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7.2%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내 나랏빚을 줄이면 국가채무 비율은 46%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 부동산으로 더 받은 세금인데 실패한 부동산 세제는 납세자에게 그대로”라며 “재난지원금과 성격이 같은 유류세 효과는 크지 않은 데다 앞으로도 그대로 걷겠다면서 시혜적으로 쓰는 것처럼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