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세곡중학교 도서관에 도서반 학생들이 모였다. 소설가로부터 글쓰기를 배우는 특별한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개포도서관이 지역 청소년의 인문학적인 사고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강좌였다. 소설가 겸 문학평론가 김나정 씨가 강의를 맡았다.
김 작가는 이날 이야기의 소재를 쉽게 찾는 방법을 설명해 학생들이 글쓰기에 자신감과 흥미를 갖도록 도왔다. 그는 먼저 소설 구성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 중 배경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상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김 작가는 “배경은 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며 “글의 배경이 되는 시간은 지구 역사의 출발부터 지구 멸망 후까지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간 역시 방, 마을, 지구, 우주 등 어디든 상관없다”며 글의 배경을 정할 때 시간과 공간에 제한을 두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는 “실제로 5초 동안 있었던 주인공의 이야기를 책 한 권 분량으로 담아낸 소설도 있고 실존하지 않는 국가와 마을을 창조해 이를 배경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어 학생들에게 배경 사진 두 장을 보여줬다. 하나는 가파른 절벽을 연결한 철교의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동굴 입구로 보이는 바위에 사람의 손자국이 여러 개 찍혀있는 사진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두 사진 중 하나를 골라 그것을 배경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말했다. 가족이 철교에서 뛰어내린 기억 때문에 반대편으로 가야 하지만 철교를 건널 수 없는 한 소년의 이야기부터 동굴에 사는 지능이 매우 뛰어난 박쥐가 결국 인류를 멸망시켰다는 이야기까지 학생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구상했다.
김 작가는 “여러 가지를 합쳐서 세상에 없는 존재를 만드는 것도 이야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글쓰기 소재를 찾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학생들에게 동물과 사물, 식물과 식물 등 실존하는 것 두 개 이상을 합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했다. 호랑이와 책이 합쳐져 호랑이의 날카로운 이빨과 줄무늬 꼬리가 달린 호랑이책, 사람과 식물을 합쳐져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는 식물사람 등 학생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엿보이는 그림들이 완성됐다.
김 작가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디로 튈지 몰라 재미있다”며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소설로 완성하면 귀중한 경험과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완성한 글을 혼자 보고 즐기는 것보다 공모전에 참가하면 더 재미있게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개포도서관이 마련한 김 작가의 ‘나와라 소설 탐정단’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3학년 최수빈 양은 “글을 쉽게 쓰는 방법을 알게 됐고 책에 더 흥미를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1학년 윤소이 양은 “다양한 소설을 예를 들어 글 쓰는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세곡중 한문 교사는 “책에 관심이 많은 도서반 학생들에게 눈높이에 맞는 글쓰기 방법을 소개해 학생들이 재미있게 강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인문학적 사고를 높이기 위한 고인돌 2.0 강좌는 3월부터 11월까지 모두 80여개 중·고등학교에서 실시된다./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