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청와대에서 만나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협력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끝까지 잘 도와달라”고 당부했고 이 후보는 “끝까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가 정권 재창출 ‘후임자’로 인정받는 자리였던 셈이다. 대통령이 여당 대선 후보와 만나는 것은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혁파돼야 할 관행이다. 게다가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핵심 혐의자를 만나는 것은 ‘면죄부’ 등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5일 이 후보의 주요 공약인 지역화폐 사업 예산과 관련해 “21조 원에서 6조 원으로 축소했는데 증액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우원식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이재명표 개혁으로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자”고 했다. 그는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를 언급하면서 “이재명의 열쇳말을 대표하는 정책과 예산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장동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삭제해 ‘몸통’ 덮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국감에서 “친하면 무료로 변론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이재명 구하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와 여당이 한 몸이 돼서 재집권을 위해 정책·예산 등의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내년 3월 대선에서 여야 중 어느 쪽이 승리할지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권 연장을 전제한 내년도 국정 운영과 관련해 ‘이재명표 정책·예산’을 밀어붙이는 것은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치 중립 원칙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 관련 부처 등의 여당 의원 출신 장관들을 교체해 ‘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