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모든 대추나무는 벼락을 맞고





-성선경




내 도장은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것

이것을 나는 무슨 벽사의 부적처럼 여기고

주머니 안에 넣어 다니며 몰래

남몰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만지작거리고

무슨 못 들을 말을 듣거나

못 볼 일을 보게 되면 만지작거리고

벽사의 주문처럼 웅얼거리고

이 대추나무 뼈다귀를 움켜쥐게 된다

알고 보면 모든 대추나무는 벼락을 맞고



이 벼락 맞은 대추나무 뼈다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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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난전에서 도장으로 환생하지만

그래도 참 이딴 것에 하고 우스워도 하지만

이는 정말 잘 모르고 하는 일

벼락에 맞는 일은 환골하는 일

벼락을 맞는 일은 탈태하는 일

한 생애를 뛰어넘는 일이다. 나도

언젠가 벼락을 맞아봐서 안다. 그래서

벼락 맞는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안다

내 도장은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만든 것.

옛날엔 하늘이 내리던 천벌로 알았다죠. 두고두고 보다가 벼락 맞을 사람을 찾았다죠. 지금은 피뢰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죄 사함을 받고 있다죠. 애꿎은 나무와 전봇대가 불타곤 한다죠.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영험하다죠. 불멸의 이름을 품어준다죠.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드문데 벼락 도장은 장터에 널렸다죠. 벼락이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의 은유라면, 우리는 늘 벼락을 맞으며 산다죠. 벼락과 벼락 사이 사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고, 도박을 한다죠. 대추나무처럼 서서 죽게는 말고, 맞아서 더 단단해지는 그런 벼락은 사람을 빛나게 한다죠.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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