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7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26번이나 발표됐지만 집값은 여전히 구름 위에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높은 집값 수준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윤주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지난 몇 달간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고 “현재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이 주택 가격 구조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부동산 전문가로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국내 최초로 주택가격분석이론을 7가지로 정리한 ‘주택가격구조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해당 일곱 가지 이론을 알면 주택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있다”며 말했다.
전통적 지대이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을수록 집값은 비싸진다
주택가격구조론은 크게 전통적 지대이론, 경제이론, 공간이론으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는 경제이론과 공간이론에서 각각 3가지씩 파생돼 전통적 지대이론, 경제구조이론, 투자효과이론, 조세전가이론, 시장연동이론, 동심원가격이론, 중심이동이론으로 구성된다.
전통적 지대이론은 한 마디로 말하면 토지 가격은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저렴하고 도심에서 가까워질수록 비싸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독일의 경제학자 요한 하인리히 폰 튀넨(Johann Heinrich von Thunen)의 저서 ‘고립국’에서 시작됐다. 폰 튀넨은 수송비로 인해 시장과 가까울수록 땅값은 점점 비싸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독일에선 마차로 물건을 옮겼는데 시장에서 멀어질수록 말의 사료가 많이 들어 거리에 따라 추가 비용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시장과 근접한 지역은 사료값이 상대적으로 덜 들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결국 이런 높은 수요로 인해 땅값은 한없이 올라갔다.
이처럼 19세기 독일은 시장을 중심으로 땅값이 형성됐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중심지는 무엇에 따라 결정될까. 윤 교수는 ‘일자리’를 현재의 중심지로 꼽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곳과 가까울수록 집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그는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도 양질의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배경을 비판했다. 정부에서는 정책을 세울 때 ‘다주택자의 투기’ 때문에 집값이 상승한다고 말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지만 다주택자가 집값을 올리는 주범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집값 상승은 ‘소득 증가’, ‘투자 밀집’, ‘조세전가’가 빚은 결과물
‘경제구조이론’은 선진국의 집값과 개발도상국의 집값이 차이 나는 이유가 그 나라의 경제 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이론이다. 경제는 거시적 경제와 미시적 경제로 나뉘는데 환율·소득·이자·국제수지·물가·통화량 등은 거시적 경제변수다. 수요·공급·시장구조 등은 미시적 경제변수다. 다시 말해 거시적 경제변수와 미시적 경제변수의 영향을 받아 두 집단 간 집값이 차이 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득이 증가하면 물가상승률에 따라 집값은 올라가지만 경기불황엔 집값은 떨어진다.
윤 교수는 소득이 올라갈 때 집값이 증가하는 이유로 ‘공간 소비 면적’을 이야기했다. 소득이 올라가면 공간을 소비하는 면적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소득 증가는 육아 시설, 회의실, 흡연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데 이 같은 수요를 수용하다 보니 넓은 공간이 필요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넓은 공간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경제력이다. 다수가 편의시설로 가득 찬 넓은 공간을 선호하는데 그 공간을 차지하려면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윤 교수는 “투자효과이론이 강남이 비싼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이 비싼 이유는 ‘투기’가 아니라 ‘투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강남을 보면 역삼동, 대치동, 삼성동 등에 대규모 투자가 밀집돼 있다. 그는 투자 금액을 자신이 계산해 보니 서울시 예산집행의 약 22~23%가 강남으로 향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강남에 자본이 집적된 이유는 바로 ‘예비타당성조사’다. 공공기관에서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일 때 예비타당성조사를 하게 돼 있는데 예비타당성조사를 할 때의 기준은 ‘경제성의 여부’다. 기존 인프라가 탄탄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경제성이 높으니 해당 지역으로 투자를 집약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약 20~23%의 공공 투자가 들어가면 민간 투자는 공공 투자의 10배 내지 100배가 들어간다”며 강남에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고 집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집값이 올라가는 거지 절대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게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 교수는 ‘조세전가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특징을 언급했다. 그는 ‘금부(금융-부동산) 분리’와 ‘조세 폭탄’을 문재인 정부의 특징으로 들었다. 정부가 금부를 분리해서 금융 규제를 하고 세금을 폭탄처럼 부과한 이유는 단순히 부동산 수요를 줄이기 위함일 것이라며 추측했다. 이어 윤 교수는 조세 폭탄으로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임차인이 그 세금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조세와 전가와 귀착’이라는 이론에 빗대어 봤을 때 국가가 세금을 올리면 그 세금이 임대인에게 가는 게 아니라 임대인이 임대료 인상을 통해 본인의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시킨다”고 말했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임대 물건, 해결책은 ‘다주택자’다
‘시장연동이론’에 앞서 부동산 시장은 임대료로 결정되는 ‘공간 시장’과 매매로 결정되는 ‘자산 시장’으로 구분돼 두 가지가 서로 영향을 받으며 기능한다. 윤 교수는 이 같은 관계를 ‘시장연동이론’으로 불렀다. 공간 시장은 임대료가 대표적으로, 사람들은 특정 공간을 이용할 때 임대료를 내야 한다. 그는 “이때 임대료가 올라가면 자산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에 정부는 임대료 인하 정책을 펼쳐 가격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임대 물건이 부족하다”며 “임대 사업자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의 말에 따르면 서울시의 주택 보급률 중 자가 보유율은 약 50%다. 10명이 있다고 가정하면 10명 중 5명은 집을 가졌지만 나머지 5명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5명의 무주택자는 자신의 집이 없으니 주택 소유자에게 집을 빌려서 살아야 한다. 윤 교수는 “이것이 다주택자가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모든 이가 주택구입능력을 지닌 것이 아니니 정부의 규제로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다주택자는 결국 주택 공급을 멈추고 무주택자들이 거주할 곳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심원가격이론’은 가격 구조가 동심원으로 형성돼 있다는 이론이다. 윤 교수의 말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2022년을 앞둔 지금까지 약 40년간 동심원 가격 구조가 진행이 되다가 지금은 완전히 고착화돼 동심원 가격 구조는 주택 가격 상승 이유를 알려주는 지표가 됐다.
신도시 정책은 이런 동심원가격구조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 정부들은 신도시를 도입해 서울에 몰린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자 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신도시와 개념상의 신도시는 현실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봤다. 그는 “대한민국의 신도시는 도시에서 쫓겨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도심 속 값비싼 집값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도심을 떠난다는 뜻이다.
주택가격구조론의 마지막 ‘중심이동이론’은 서울시 등 대도시의 중심이 끊임없이 이동하며 그 지역의 집값을 변화시킨다는 이론이다. 이때 중심지는 상업업부중심지역이라기보다 집값이 가장 높은 주택이 형성된 지역을 말한다. 지난 1960~70년대 서울의 중심지는 종로였지만 강남개발이 진행되면서 1980년대는 영동지역으로 중심지가 이동했고 2000년대에는 도곡·대치지역이 2010년대에는 반포지역이 중심지로 떠오른 게 중심이동이론의 사례다. 윤 교수는 “중심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를 잘 알아야 주택 가격 결정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주택 수요가 있어 집값이 올라가는 것이니 주택 수요에 맞춰 주택 공급을 해달라. 공급을 안 해주고 수요를 줄이려 하니 문제인 것”이라며 정부를 향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