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위탁 생산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한국이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물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은 양산 체제 구축을 앞당겼고 이 부회장은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소통한 끝에 국내에 백신을 조기 공급하는 물꼬를 텄다. 이 부회장의 ‘스피드 경영’이 통한 것이다.
27일 재계와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된 후 외부 활동을 자제한 채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관건은 국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을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 여부였다. 모더나 백신 공급 대상에서 한국은 애초 후순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부가 차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순서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삼성은 양산 스케줄을 당겨 약속된 시간에 훨씬 더 많은 백신을 만드는 데서 기회를 찾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과 자원을 총동원했다.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CEO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매일 전쟁을 치렀다. 주말도 추석도 없었다. 정부의 협조로 인허가 문제도 해결했다. 수율과 이물질 검사 과정에는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뛰어들었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와의 접촉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오랜 지인을 통해 방셀 CEO를 소개받은 이 부회장은 8월 화상회의를 시작으로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신뢰를 쌓았다. 결국 삼성과 모더나는 단순 거래 상대방이 아닌 파트너로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 같은 삼성 특유의 ‘스피드 경영’이 가동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이 당초 연말에서 10월로 두 달 앞당겨졌고 ‘위드 코로나’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