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국민이 납부한 5대 사회보험료는 총 139조 255억 원이다. 전년 대비 6.9% 오른 규모다. 10년 전인 지난 2010년 64조 659억 원과 비교할 때 연평균 증가율은 8.1%로 동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3.9%와 물가상승률 1.5%를 크게 상회한다. 이는 경제적 지불능력을 넘어 사회보험에 대한 국민 부담이 누적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미 우리 건강보험은 막대한 재정 소요를 수반하는 강도 높은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인해 국민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매년 보험료율 인상을 거듭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은 지난 4년간 보험료율을 두 배 이상 올렸음에도 치매국가책임제에 따른 수혜 대상자 확대와 본인 부담 경감,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된 요양 서비스 가격 상승 등으로 기금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 고용보험 역시 실업급여액과 수급 기간만 확대하고 최저임금과 연동된 구직급여 하한액 등 제도적 문제 개선은 외면한 탓에 재정 압박이 가속화되고 있다.
현 추세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재원 조달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67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46.5%에 달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할 인구는 120.2명으로 올해 39.6명의 세 배 수준이다. 갈수록 돈 쓸 대상은 늘고, 재원 부담자는 준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 대권 주자들의 복지 공약 역시 ‘더 걷어 더 많이 쓰는’ 지금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아 얼마나 더 비싼 보험료 청구서로 돌아올지 걱정스럽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재원을 계속 투입하는 방식의 사회 안전망은 세대 간 부담 전가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출의 효율성과 우선순위를 따져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우선 건강보험은 ‘보장률’ 중심의 정책 목표 설정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보장률은 우리나라만 쓰는 개념으로 양적 급여 확대에 치중하게 만든다. 이제 중증 질환 중심의 질적 보장성 강화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소위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안’은 본질적인 개혁 방향도,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바도 아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는 게 먼저다. 보험료율 인상은 순수 부담자인 기업이 동의할 수 있는 경영 환경부터 갖추고 할 말이다. 일손을 놓게 하고 산업 현장의 근로 윤리마저 파괴하는 지금의 실업급여제도는 다시 손봐야 한다. 산재보험의 경우 상대적으로 견실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기업 보험료 징수에 따른 결과로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적정 수준의 요율 인하가 요구된다.
어떤 선진국도 경험한 적 없는 급격한 인구절벽 앞에 정책적 선택과 집중은 미래 세대와 공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다. 적정 수준에서 사회보장 목표를 찾고 복지와 경제가 선순환되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어쩌면 지금 세대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도 후손들에게 ‘빚 갚는 미래’를 물려주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