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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접종자도 우리 국민인데…'백신 패스' 역차별 보완해야 [뷰&인사이트]

만성질환자도 명확한 질병 없으면

음성확인서 있어야 다중시설 허용

효력 48시간, 이틀마다 PCR검사

개인 사유 달라…세심히 설정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어릴 때 일본뇌염 백신을 맞고 3일간 혼수상태에 이른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떤 백신도 맞지 않고 있습니다.”



직장인 김 모(32) 씨는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고 앞으로도 접종할 생각이 없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면역 거부반응 탓에 병원에서 명확한 질병명이 적힌 의학적 소견서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에게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남의 이야기다. ‘백신 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가 도입되면서 헬스장 등 이용에 제한이 생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헬스장에 가려면 48시간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차라리 운동을 중단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에 나서면서 꺼내 든 백신 패스를 두고 미접종자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신체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백신 패스는 백신 접종 완료자가 다중이용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위드 코로나 이행 계획에 따르면 유흥시설·무도장·경마장·카지노·노래연습장·실내체육시설·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과 의료기관·요양시설·치매시설·노인시설 등 감염 취약 시설에 백신 패스가 적용된다. 이렇게 백신 패스가 적용되는 시설은 전국 다중이용시설의 약 6%(13만 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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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접종 기회가 적었던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알레르기 등의 의학적인 사유로 불가피한 미접종자는 백신 패스 적용의 예외로 뒀다. 다만 의학적인 사유에도 범위를 정하고 의사의 소견서·진단서가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질병관리청은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 외에도 혈소판감소성혈전증·모세혈관누출증후군·심근염·심낭염 등이 해당된다”며 “통증·두드러기 등 경미한 백신 부작용이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난감한 사람은 김 씨와 같이 병명을 특정할 수 없는 이들이다. 이 모(27) 씨는 ‘바늘 공포증(주사 공포증)’을 겪고 있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한 데다 주사를 맞다가 기절한 적이 있어 백신 접종 역시 포기했다”며 “하지만 정부에서 공포증을 예외 사례로 인정해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보건소에서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음성 확인서의 효력은 48시간이다. 일주일 동안 헬스장 등을 줄곧 이용하려면 많게는 주 3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더욱이 정부는 시설 이용 목적의 PCR 검사 비용은 유료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백신 패스 도입을 연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 과정에서 백신 패스를 통해 최소한의 위험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이 제도의 실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PCR 검사 유료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패스를 도입하기 전에 세심한 부분까지 살펴 선의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다중이용시설 범위와 개개인의 미접종 사유를 보다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상회복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는 “목욕탕은 백신 패스가 필요한데 샤워실이 있는 야외 골프장은 예외라는 점이 의아하다”며 “백신을 접종하지 못할 나름의 사연이 있는데 일괄적으로 백신 패스를 도입하는 것은 사회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왕해나 기자왕해나 기자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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