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후반 작품 활동을 시작해 광복, 한국전쟁과 그 이후 세대를 아우르며 소설을 발표한 김남천·손창섭·안수길·유진오·이범선·전광용·하근찬·황순원 등은 ‘전후작가’로 묶인다. 이들의 작품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지만 우리 문단과 학계에서 이른바 ‘특A급’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김병길 숙명여대 교수는 신간 ‘우리 소설의 비급’에서 이들 작가와 작품을 전후작가, 전후소설 정도로 묶어 ‘B급’ 취급하는 시선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전후 작가 11명의 여러 작품들과 개인사의 이면을 톺아보며 현실의 기록으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간다. 책은 작가 11명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고, 작가의 개인사와 영화 등 다른 장르로 개작됐거나 영감을 주고 받았던 사례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작가들의 당시 처지가 어땠든 소설은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 거울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그 시절 연재했던 신문 연재소설의 행간을 통해 당대인의 현실과 욕망을 날것 그대로 발견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어쩌면 그 기록은 ‘시대를 거스른 이야기, 현실 너머를 상상한 허구, 실재를 거꾸로 비춘 거울’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