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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우리말] '주린이' '요린이' 그만…'학부형'은 '학부모'로

'○린이'는 어린이에 암묵적 편견 담아

성 차별적 '학부형' 대신 ‘학부모' 바람직

무심코 쓰이는 인권침해 언어 개선해야


요리를 갓 배우기 시작했다면 ‘요린이’이고 주식투자에 입문한 초보 투자자는 ‘주린이’, 부동산 투자를 처음 시작하면 ‘부린이’로 불린다, 등산·골프에도 ‘등린이’ ‘골린이’가 등장했다. 친근하고 편하게 만들어 사용하는 신조어라 여겨지지만 이 말에는 어린이에 대한 암묵적 편견이 담겨 있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지난 한글날에 앞서 내놓은 자료에서 “이 같은 말에는 ‘어린이는 미숙하다’ ‘어린이는 불완전한 존재다’라는 생각이 반영돼 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어떤 일을 능숙하고 완벽하게 잘 해내지 못한다는 의미에 ‘어린이’를 뜻하는 단어를 굳이 접목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무의식 속에 어린이를 부족한 존재로 인식한다는 편견이 깔려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린이’라는 말 대신 ‘요리 초보’나 ‘주식 입문자’ ‘부동산 입문자’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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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정신을 담고 있기에 중요하다. 학교에 재학 중이며 급식 생활을 하는 학생들을 가리키는 ‘급식충’이라는 표현에는 이들을 ‘벌레같다'고 여기며 멸시하는 인식이 스며 있다.

‘학부형(學父兄)’도 차별과 편견 개선을 위해 바뀌어야 할 말 중 하나로 꼽힌다. 학생의 보호자로서 아버지와 형을 지칭하는 이 단어에는 여성 차별적 견해가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교 공지문에는 이 같은 표현이 쓰이곤 한다. 과거에는 학생의 보호자이자 집안의 어른으로서 아버지나 맏형 등이 학교를 방문하는 일이 잦았으나,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에 구분이 없다. 한부모 가정 혹은 조부모 가정 등 가족 형태의 다양성까지 고려한다면 남녀 차별적이며 인권 감수성이 낮은 ‘학부형’이라는 표현보다는 ‘학부모’로 쓰는 것이 낫다.


조상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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