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으로 면담하고 방북을 재차 제안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꺼이 받아들인다”면서 “공식 초청장을 보내 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문 대통령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하며 첫 순방 일정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교황궁에서 배석자 없이 진행한 면담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황에게 폐철조망을 수거해 만든 십자가인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고 “다음에 꼭 한반도에서 뵙게 되기를 바란다”는 언급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을 요청한 것은 G20 정상회의 직전 교황을 지렛대로 각국 정상들에게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이번 교황청 방문에는 이례적으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동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지난 2018년 10월에도 문 대통령에게 방북 제안을 받고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교황의 방북 조건은 3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 봉쇄 조치를 이어가는 데다 남북관계 자체도 악화됐다.
교황을 만난 문 대통령은 30일부터 이틀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후 다음 달 1~2일 COP26에 참석한 뒤 헝가리를 국빈 자격으로 찾는다. 이 과정에서 대북 문제 논의를 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약식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