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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터널스' 이전에 없던 新 MCU, 신선하거나 낯설거나

'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새롭다. 신선하다는 뜻일 수도, 낯설게 느껴져 이전의 것과 비교된다는 말일 수도 있다. 마블 페이즈4의 시작을 알린 영화 ‘이터널스’는 모든 게 새로웠다.



‘이터널스’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 MCU의 새로운 막을 여는 작품으로, 수 천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인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아카데미 수상작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젬마 찬, 리차드 매든, 안젤리나 졸리, 마동석, 쿠마일 난지아니,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리아 맥휴, 셀마 헤이엑, 배리 케오간, 키트 해링턴 등이 출연했다.

'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우주까지 확장된 MCU 세계관, ‘태초의 수호자’들을 이야기하다

작품은 기원전 5,000년 우주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의 지시로 지구에 온 불멸의 히어로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히어로들은 인류 최초의 국가가 탄생한 고대 메소포타미아부터 바빌론, 아즈텍 제국, 동남아시아 굽타 제국, 그리고 1945년 일본 히로시마 등에 존재하며 인류의 역사를 함께 거쳐온다. 사막, 바다는 물론 우주 배경까지, 여느 마블 시리즈보다 웅장한 스케일이다. 마블이 해석한 신화 속 인물들의 전설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가 마무리되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좀 더 확장된 MCU 세계관인 만큼 ‘어벤져스’와의 연결고리도 있다. 이터널스가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이후 지구를 지킬 히어로로 바통 터치를 했다는 것, 이터널스는 데비안츠와 관련된 일에만 개입하라는 셀레스티얼의 명령으로 인해 타노스 사건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것 등에 대해 언급된다.

'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인간미 넘치는 히어로들, 편견 벗고 다양성 입다



‘노매드랜드’로 인간에 대해 이야기했던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터널스’에서도 인간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뿔뿔이 흩어진 뒤 인간들 틈에 섞여 사는 히어로들은 남들과 다른 능력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해 실망하기도, 신과 같은 불멸의 히어로임에도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기도 한다. 서로 너무 다른 히어로들은 뜻이 맞지 않아 갈등을 빚고, 서로를 위해 희생도 한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도 많다. 인간미가 돋보이는 부분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능력은 부가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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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가 기존의 히어로물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다양성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10명의 히어로들은 인종부터 성별, 나이까지 각양각색이다. 10대 소녀나 청각 장애라는 신체적 차이가 있는 히어로, 성 소수자인 히어로도 있다. 평범한 인물이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는 여럿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굳어져 있는 편견을 깨뜨린다. ‘평범’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인물 자체로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한국 팬들 사로잡는 치트키, 마블리 그리고 방탄소년단(BTS)

마동석이 길가메시 역으로 캐스팅되면서 국내에서는 한국 출신 최초 마블의 히어로의 탄생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이 쏠렸다. 뚜껑을 열고 보니 마동석의 비중은 생각보다 높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이다. 우리가 잘 아는 마동석의 모습이 적절하게 녹아있어 더 반갑다. 타격감 넘치는 마동석표 맨주먹, 손바닥 액션은 통쾌하다. ‘부산행’을 보고 마동석을 캐스팅을 했다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말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위트 있고 러블리한 ‘마블리’(마동석+러블리의 합성어)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안젤리나 졸리(테나 역)와의 정서적 교감 장면 역시 인상 깊다.

의외의 곳에서 BTS의 글로벌 위상까지 실감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BTS에 대한 언급은 놀랍다. BTS 지민의 프로듀싱곡 ‘친구’(Friends)가 마블 영화 최초 한국어곡으로 채택돼 배경음악으로 삽입되기도 했다.

'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이터널스' 스틸컷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완전히 달라진 MCU에 갈리는 평가. “지루하다”는 평도…

‘어벤져스’가 각 히어로들의 서사를 쌓고 팬덤을 만든 뒤 한 데 모여 시너지를 냈던 것과 달리, ‘이터널스’는 처음 보는 10명의 히어로들을 한꺼번에 소개하고 방대한 세계관까지 함께 설명하면서 장황해졌다. 여기에 비극적인 이야기로만 가득하니 전체적인 분위기와 톤이 어둡고, 장면 전환은 많지만 속도감이 없어 늘어진다.

히어로물의 핵심인 액션 비중이 높지 않은 것도 “지루하다”는 평에 큰 몫을 한다. 서사에 집중하면서 액션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트레이드 마크 같은 무기를 사용하기 보다, 환상을 만들거나 정신을 조종하는 능력, 눈으로 에너지 광선을 쏘거나 손으로 에너지를 발사하는 힘으로 싸운다. 그렇다 보니 정적이고 타격감이 떨어진다. 액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캐릭터는 다양한 무기를 만들어 싸우는 테나, 이터널스 중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길가메시 정도다.

하지만 거대한 세계관을 시작하는 일부이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와의 비교는 섣부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속편에서 기대해 볼 만하다. 마블답게 2개의 쿠키 영상에서 속편에 대한 힌트까지 남겼으니 꼭 확인해 보기를 추천한다. 11월 3일 개봉.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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