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접종까지 했으니까 괜찮겠죠.”
30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코로나 19 확진자가 사흘째 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태원 거리는 흡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이미 시작한 듯 보였다. 오후 6시께부터 이태원역을 중심으로 핼로윈 파티 분장을 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술집과 클럽이 즐비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와 퀴논길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쏟아지는 인파에 발걸음을 내디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술집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볐다. 페이스페이팅 등 각종 체험 공간 앞에는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핼러윈 코스프레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노상에서 춤추는 게 금지됐으나 한켠에서는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길거리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2차 접종도 완료했고, 마스크도 써 걱정할 게 없다”는 이들도 있었으나 일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해진 모습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이태원을 찾은 이모(21)씨는 “근처에 일이 있어 잠깐 들렸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시 돌아가는 길”이라며 “클럽이 금지되니, 술집이 클럽처럼 변했다”고 난색을 표했다. 인근 주민 최모(23)씨는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간 이태원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인파가 늘면서 동시에 마스크를 끼지 않는 등 위험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골목에서는 담배를 피우느라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또 페이스페이팅을 한다거나, 핼러윈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며 ‘노(NO) 마스크’ 대열에 합류하는 이들도 많았다. 심지어 술에 취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망각한 행태에 이태원 자영업자들도 전전긍긍하며 밤을 보냈다. 자칫 지난해 5월 ‘클럽발’ 집단감염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이태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2%나 폭락했다. 이곳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이태원이 다시 예전처럼 활기를 찾은 모습은 반가웠지만, 다시 집단감염이 번질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악몽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양쪽 끝에 소독기와 손 소독제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맹기훈 이태원 관광특구 엽합회 회장은 “이번에 또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이태원 상권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날 거란 생각에 상인들 스스로도 방역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경찰 당국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미 정부는 핼러윈 발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31일에서 1일로 넘어가는 새벽 한시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용산구청은 24시간 상황실 대응팀을 운영하며 10시 이후 영업금지 단속, 마스크 미착용 단속 등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민생사범경찰단,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와 함께 계도 활동을 펼쳤다. 용산경찰서는 기동대 포함 23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방역수칙 단속과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진행했다.
북적였던 이태원 거리는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한적한 모습을 되찾았다. 음식점과 술집은 밤 10시가 되면서 모두 문을 닫았지만 사람들은 거리에 남아 파티를 즐겼다. 경찰은 시끄러운 호루라기 소리를 내며 귀가 요청을 외쳤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찰 코스프레가 아니라) 진짜 경찰입니다”하고 외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술집 영업이 금지되자 길거리에서 술을 5,000원에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국의 단속을 피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판이 계속되기도 했다. 이날 상황은 31일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완전히 종료됐다. 경찰 관계자는 “새벽 2시 10분께 이태원 거리가 평소 주말 모습을 되찾아 해산했다”면서 “특별한 사건·사고는 없었지만 감염 확산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