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울고싶은 철강사…美·EU 관세 타결·탄소중립 과속에 생존 위협 [뒷북비즈]

■발등의 불 철강업계

'무관세로 미국 수입되는 EU 철강제품 증가 전망

합리적 가격 앞세웠던 한국 경쟁력 약화 불가피

철강업계, 정부가 EU 수준 무관세 물량 확보해야

정부 탄소중립 과속 정책에 철강업계 생존 위협

경북 포항의 한 철강회사 제품 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포항=연합뉴스경북 포항의 한 철강회사 제품 창고에 열연코일이 쌓여 있다./포항=연합뉴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국내 철강사들 얘기다.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철강 업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의 탄소 중립 과속에 미국·유럽연합(EU)의 철강 관세 분쟁 해결까지 겹치며 가격 경쟁력 약화, 생산 능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EU가 3년 넘게 이어왔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일단락짓기로 하며 국내 철강 업계는 한국 철강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 경쟁력이 악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철강 업계의 가장 큰 근심은 가격 경쟁력 약화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철강 제품은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했는데 무관세로 수입되는 EU 철강 제품이 늘어날 경우 가격상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진다”며 “EU 철강 제품의 경쟁력이 한국보다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한국 철강 제품의 대미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 셈이다. 미국의 한국 철강 수입량은 지난 2020년 1월에서 2021년 10월 기준으로 413만 톤에 달한다. 캐나다(1,095만 톤), 브라질(765만 톤), 멕시코(670만 톤)에 이은 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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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는 정부가 나서 EU와 비슷한 수준의 무관세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발될 경우 2018년 미국의 철강 쿼터제 당시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018년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시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하며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다만 미국과 EU의 이번 합의에서 중국산 철강이 미국으로 수입되지 못하도록 한 내용은 국내 철강 업계에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001230)·세아제강(306200)은 국내산 철강 반제품이 중국에서 가공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3자 수출 물량이 없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철강 업계는 정부의 탄소 중립 과속 정책에 장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7,565만 톤과 2,862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이는 국내 전체 배출량의 17%가량, 산업 부문만 보면 30%를 차지하는 규모다. 정부가 통과시킨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8년 온실가스 2억 6,050만 톤을 배출했던 국내 산업계가 2050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규모는 불과 5,110만 톤에 그친다. 2018년 배출량 2억 6,050만 톤의 80.4%에 해당하는 2억 940만 톤을 줄여야 한다. 이를 단순 산술할 경우 포스코와 현대제철 역시 80%가량을 줄여야 하는데 도저히 불가능한 목표라는 게 철강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철강 제품을 생산 중인데 현재 생산 수준을 유지할 경우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할 여지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공법과 탄소 포집 이용 저장 기술(CCUS)을 활용하면 된다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멀었다. 수소환원제철 공법은 2040년이나 돼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소용 비용은 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온실가스 감축 수단 중 하나인 CCUS 기술도 현재 기초연구 수준으로 당장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철강 업계는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사들이거나 생산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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