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파운드리 부족에...국내 팹리스 R&D까지 '초비상'

■심층분석

팹리스 시제품 칩 생산 위한 ‘MPW’ 라인 줄어

“파운드리-팹리스 간 R&D 협력 위한 투자 필요”

반도체 웨이퍼./사진 제공=삼성전자반도체 웨이퍼./사진 제공=삼성전자




극심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족 현상으로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연구개발(R&D) 로드맵도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시제품 생산을 위한 멀티프로젝트 웨이퍼(MPW) 활용 기회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팹리스 업계는 국내 반도체 대기업의 R&D 협력 의지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은 초유의 시스템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내년부터 MPW 라인을 축소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파운드리 업체에 MPW 서비스를 맡기던 팹리스 회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내 팹리스 업체 대표는 “국내외 파운드리 업체가 신규 MPW 주문은 아예 받지 않는다는 소문을 듣고 서비스를 이용할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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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W는 칩 설계 업체들이 제품 R&D를 위해 활용하는 파운드리 서비스다. 일정 기간 간격으로 한 개의 웨이퍼 위에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팹리스 업체들은 개발한 칩을 대량 양산하기 전 MPW로 생산한 시제품 성능을 확인하며 각종 리스크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파운드리는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가 MPW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횟수를 줄이는 것은 극심해진 파운드리 부족 현상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파운드리 라인도 숨 가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레거시 공정’으로 분류되는 8인치 파운드리는 이미 내년 말까지 주문이 마감된 데다 웃돈을 얹어줘도 주문이 힘들 만큼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들은 넘치는 주문량에 대응하기 위해 당장 양산과는 이어지지 않는 MPW 라인 규모를 축소하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팹리스 업계는 초유의 공급 부족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파운드리 업체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이 문제가 제품 R&D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칩 양산이 쉽지 않아 당장 매출을 만들어내기도 힘들고 R&D까지 어려워지니 우려가 상당히 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팹리스 업계는 지난 2019년부터 시스템 반도체 육성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MPW 라인만큼은 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민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인수한 SK하이닉스의 역할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올 4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국내 팹리스가 대만 TSMC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여기에 공감해 우리도 투자를 많이 할 생각”이라고 밝힌 만큼 국내 고객사 확보와 기술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서규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회장은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파운드리와 팹리스 간 긴밀한 협업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가적인 시스템 반도체 육성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내재화를 위한 정부, 반도체 수요 기업, 대기업의 협업 의지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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