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서며 한국은행의 긴축 행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내년 1월까지 연달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지난 10월 정점을 찍고 둔화되겠지만 당분간 물가 안정 목표인 2%는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2일 한은 조사국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발표 이후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한 평가’를 통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신비 지원에 따른 기저 효과가 사라지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서 점차 둔화되겠으나 당분간 2%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유가나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오름세와 함께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의 장기화 등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따라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의 시행으로 4분기 경제 회복이 예상되는 데다 물가 상승률마저 높다면 한은 입장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데 이어 내년 1월까지 연달아 올릴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한은은 2007년 7~8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연달아 금리를 올린 적이 없는 만큼 이례적으로 강한 통화 긴축 신호를 시장에 내보낸 것이다.
다만 지난달 말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로 당초 기대보다 낮게 나오자 일각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동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회복세가 더뎌진다면 금리 추가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서자 한은은 당분간 물가가 2%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덧붙이면서 인상 명분을 쌓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 내부에서는 이달부터 시행되는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은 조사국은 향후 이동량이 10% 늘면 월평균 대면 카드 지출이 1조 2,000억 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에 먼저 나섰던 주요 선진국 사례를 봤을 때 우리도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경기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4.0% 달성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는데 단계적 일상 회복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민간 소비가 강하게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이 강하게 드러났다.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낸 임지원·서영경 두 금통위원을 제외하고도 향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 금통위원이 2명 이상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 금통위원은 “다음 회의까지 대내외 경제 상황에 특별히 새로운 이상 요인이 없고 지금과 유사한 경제 흐름이 이어진다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 역시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지고 금융 불균형 누증 위험도 커지고 있어 통화정책 정상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