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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빌리 홀리데이, 배우 진 세버그...스타이기 이전에 불의를 참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빌리 홀리데이' '세버그'

실존 인물 다룬 영화 4일 나란히 개봉





마블의 신작 블록버스터 ‘이터널스’가 11월 극장가 점령을 예고한 가운데 스케일은 크지 않지만 짙은 여운을 전하는 영화 2편이 오는 4일 나란히 개봉한다. 영화 ‘빌리 홀리데이’와 ‘세버그’다. 엄혹했던 시기에 인생을 걸고 불의에 맞섰던 실존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빌리 홀리데이(1915∼1959)와 진 세버그(1938~1979)의 용기와 분노, 고뇌와 사랑을 전한다. 흘러간 시절에 관한 영화라고 하기엔 이들의 인생 역정이 이 시대에 던지는 질문의 무게가 여전히 묵직하게 느껴진다.

영화 빌리 홀리데이 스틸컷./사진제공=퍼스트런영화 빌리 홀리데이 스틸컷./사진제공=퍼스트런



‘빌리 홀리데이’는 타이틀 롤을 맡은 가수 안드라 데이에게 스크린 데뷔와 동시에 제78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여우주연상 수상과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라는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만큼 ‘재즈 디바’ 홀리데이와 높은 싱크로율로 배역을 소화해냈다. 영화가 첫 공개됐을 당시 미국 평단에서는 데이의 음색마저 빌리 홀리데이를 떠올리게 한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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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생전, 그리고 현재까지도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무대 위 디바의 화려함 대신 무대 뒤에서 고통 받았던 ‘인간’ 홀리데이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흑인에게는 호텔 엘리베이터 탑승도 허용되지 않던 시절에 타임지 표지 모델, 카네기홀 공연, 최다 음반 판매상 수상 등 가수로서 누구보다 주목받는 삶을 살았지만, 무대 밖에서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국가 차원의 차별과 잔인한 폭력, 감시에 시달렸던 그다. 그럼에도 자신의 고통에만 함몰되지 않고 흑인 인권을 짓밟는 시대의 불의에 무릎 꿇지 않은 의연한 모습이 영화 속에서 그려진다. 미 FBI는 후일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명곡 ‘스트레인지 프룻(Strange Fruit)’이 흑인 폭동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홀리데이가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갖은 압박을 가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노래로 저항한다. 러닝타임 130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세버그 스틸컷./사진제공=블루라벨픽쳐스영화 세버그 스틸컷./사진제공=블루라벨픽쳐스


‘세버그’ 역시 인권을 말했다가 FBI의 음모에 희생양이 된 스타의 생애를 조명한 스릴러 영화다. 배우 세버그는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명작 ‘네 멋대로 해라’로 유명해졌고, 당시 마릴린 먼로 만큼이나 할리우드에서 주목 받는 스타가 됐다. 하지만 흑인 인권 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FBI의 표적이 된 그는 집요한 감시와 비밀 공작에 시달리던 중 자신의 자동차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나이 마흔에 짧은 생을 마쳤다. 세버그의 죽음의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영화는 FBI가 세버그를 24시간 도청하고 그의 경력과 명예에 흠집을 내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썼었음을 보여준다. 주인공 세버그를 열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영화가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을 당시 연기 변신에 크게 성공했다는 호평을 현지에서 받은 바 있다. 베네딕트 앤드류 감독은 한국 개봉에 앞서 화상으로 전한 인사에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억압하는 정부에 대한 이야기이자 현재 격동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이야기”라며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준다”고 전했다. 러닝타임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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