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대란으로 우리 경제가 물류쇼크 위기에 직면하자 군이 구원투수로 나선다. 우리 군이 비축한 수개월치의 요소수 물량중 일부를 민간에 방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8일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 보유 요소수를 민간에 일정 부분 대여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 등과 협의·검토하고 있다. 군이 보유한 요소수의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소 수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민간에 비축 물량중 일부 대여해주더라도 충분한 상황이다. 우리 군이 비축물량중 일부만 민간에 풀어도 이르면 기업, 자영업자, 가계 등이 이달 중부터 본격화할 요소수 공급 차질사태를 견딜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군용차량은 배기가스 규제의 법적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은 군용 및 경호업무용, 소방용 자동차에 대해 배출가스 규제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이 요소수를 비축해온 까닭은 군용 차량중 거의 대부분이 디젤차량이며 이 같은 군용디젤 차량중 대부분이 민수용 디젤엔진을 쓰기 때문이다. 즉, 법은 군용 차량을 배기가스 규제에서 예외로 해주고 있지만 정작 해당 엔진이나 차량은 이미 규제를 적용받은 민수용이므로 군이 요소수를 비축해온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군용차량 엔진을 별도로 개발하려면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고 성능 안정성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 군은 그동안 주로 민수용 차량이나 엔진 등을 조달해 군용으로 활용해왔다”며 “그런 이유로 요소수를 비축해 일부 디젤차량 등에 사용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 군이 보유한 디젤차량중 대부분은 요소수 등을 반드시 적용하도록 관련 규제(유로-6 기준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생산된 모델들이다. 따라서 민수용 디젤엔진차량을 구입한 군이 어쩔 수 없이 요소수를 비축했더라도 실제로 군내 수요는 제한적이어서 몇 달을 쓰고도 여유가 충분할 정도로 비축물량이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요소수는 디젤차량 등의 차량 배기가스 속의 유해물질인 질소 산화물들을 물과 질소로 환원시켜 대기오염을 낮추기 위해 사용된다. 이는 유럽연합의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유로-6 규제를 도입했다. 국내에선 유로-6이 적용되면서 경유차에 질소산화물 환원촉매장치(SCR)를 장착하는 규제가 적용됐다. 반면 우리 군 보유 차량 중 상당수는 유로-6 적용 이전에 생산된 것들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군 당국은 군수용 차량 조달시 수소자동차 등 친환경 기술차량을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고 있다. 다만 수소차나 전기차 등은 충전시설 등이 상대적으로 보급되지 않은데다가 유사시 북한이 핵공격 등으로 전자기파(EMP)를 대량 발생시킬 경우 전자부품 중심으로 제작된 수소차, 전기차 등은 먹통이 될 가능성이 있어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디젤차 등 재래식 엔진차량을 도태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이번 물류대란 사태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 일부 요소수 물량을 민간에 방출하더라도 사태가 매우 장기화되거나, 향후 또 재발될 가능성에 대비해 평시 비축목표량을 늘리고, 보급선을 다변화하는 등 상황별 대응시나리오를 정교하게 짜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어 요소수 대란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이번 주중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 ℓ를 수입하기로 했다. 호주로부터 요소수를 가져오기 위해 우리 군은 대형 수송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현재로선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나 ‘C-130J(슈퍼허큘리스)’ 등을 놓고 적합한 기종을 고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