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1만 5,000㎞ 사정권 안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 소멸하는 명중률을 제고해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할 목표가 제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16년 제7차 대회에서는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5년 만에 ‘자주권 침해’라는 조건까지 떼어낸 채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보유국으로 대접받기를 원하며 적이 먼저 핵 공격을 하지 않는 한 선제 핵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핵 선제 불사용(NFU, No First Use)’ 원칙을 지켜왔다. 이 원칙은 대개 핵보유국이 비핵국가들에 핵무기 개발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대외적으로 천명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NFU를 공개적으로 내세우는 핵보유국은 많지 않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는 선제 핵 공격 여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NFU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나라는 중국과 인도 정도다. 중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1964년 이후 ‘도덕적 책무’ 운운하며 NFU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자국의 핵전력이 핵전쟁을 예방하는 소극적 억지력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재검토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중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사쭈캉 중국군축협회(CACDA) 명예회장은 지난 9월 “미국에 대해서는 NFU 원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가 이달 중 회의를 소집해 미국의 핵무기 사용을 핵 공격에 대한 억지나 반격이라는 ‘단일 목적’에 맞출지 여부를 논의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만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NFU를 천명할 경우 우리는 북한의 핵 선제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북핵 폐기에 주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압도적 자주국방력을 갖춰야 전쟁을 막고 진정한 평화 체제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