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기숙사 사생들의 외박·외출을 제한한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권리 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 9월 서강대 기숙사 방침에 대한 진정 사건을 검토한 결과 “합리적이지 않고 일반 국민에게 요구하고 있는 수준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단했다고 9일 밝혔다.
한 서강대 졸업생은 ‘코로나19에 걸리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게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서약서 제출 요구 뿐 아니라 외출과 외박을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해 서강대가 사생들에게 내린 공지 전반으로 검토 대상을 확대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벨라르미노·곤자가국제학사는 서약서를 제출하게 했을 뿐 아니라 2주 이상의 장기외박을 제외하고 외박을 전면 금지했으며 기숙사 귀가 시간을 30분 앞당겨 오후 11시까지로 변경했다. 아울러 외출할 때는 현관에 마련된 서류에 호실, 이름, 외출 목적, 귀가 예정 시간을 기재하도록 했다. 귀가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무단 외박할 경우 즉각 강제 퇴사하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기숙사 측이 받은 서약서에는 “외출 시 코로나 감염 위험이 있는 장소 방문을 삼가고 감염 위험이 많은 장소 방문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손실 및 민·형사상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나 교육부·보건소 요구보다 추가적인 권리 제한”이라며 “외부교통을 제한하는 것은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큰 피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기숙사의 구조상 공동생활 공간이 비교적 적고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방식이었던 점 등에서 합리적이지 않다”며 “학교가 학생들의 양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을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강대 인권센터는 민·형사상 책임 부분을 삭제하고 ‘안전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으나 인권위는 이 또한 불공정한 내용을 포함해 인권침해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