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경복궁·현대미술관 등과 시너지…모든 평가부문서 용산 압도

['이건희 기증관' 왜 송현동인가]

조선시대부터 정치·예술 중심지

문화예술 연계성·경관 등 6개부문

용산보다 2.5배 이상 높은 평가

내년 하반기 국제설계공모 돌입

2027년까지 완공·개관 목표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권욱 기자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권욱 기자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의 기증으로 국가가 확보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전시할 ‘이건희 기증관’(가칭) 건립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막판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과 용산구 용산동을 놓고 저울질했다.



문체부는 지난 7월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 방안’을 발표한 후 ‘기증품 특별관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추진해 후보지인 용산과 송현동 부지에 대한 입지를 비교, 분석했다. 두 곳 모두 인근에 박물관이 밀집했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곳이다. 특히 송현동 부지는 조선 시대부터 정치·경제·예술의 중심지로서 인근에 경복궁과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자리하는 데다 인사동부터 삼청로를 따라 북촌까지 문화관광 인프라가 발달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으로 지목돼 왔다. 용산 부지 역시 국립중앙박물관을 중심으로 국립한글박물관과 용산공원이 인접해 향후 ‘국가대표 박물관 단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송현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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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과 조망성에서도 송현동이 앞섰다. 인근이 아파트와 철길로 둘러싸인 용산 부지와 달리, 송현동은 인근 부지가 역사문화특화경관지구이고 고도제한지구로 관리돼 조망이 좋다. 또 기증관이 들어설 도심 공원 조성도 예정돼 있어 우월한 평가를 받았다. 송현동 부지는 △장소성 △문화예술 연계성 △접근성 △부지 활용성 △경관 및 조망성 등 6개 기준 전반에서 용산 부지보다 2.5배 이상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원장을 맡아 이끄는 ‘기증품 활용위원회’는 이 같은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송현동을 건립 부지로 최종 심의·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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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송현동 48-9 일대인 송현동 부지는 궁궐과 가까워 조선시대의 왕족과 명문 세도가들이 살았던 곳이다. 광복 이후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로 이용되다가 2002년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넘어갔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이 땅에 미술관 건립을 계획했고,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유명한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 측에 설계를 의뢰하기도 했다. 하지만 땅은 2008년 대한항공으로 넘어갔고, 한옥부티크 호텔을 건립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공터로 방치됐다. 지금은 잡풀이 무성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서울시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3자 협의를 통해 이 부지를 시 소유지와 맞교환하기로 했다. LH가 송현동 부지를 사들이면 서울시가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송현동 부지 3만7,141㎡ 중 9,787㎡가 기증관 부지로 이용될 예정이다.

문체부는 건축 연면적 3만㎡ 규모의 ‘이건희 기증관’을 동서양·시대·분야를 넘어서는 융복합형 박물관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미술관이 세분화하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미술관 운영 계획, 지역 문화 분권을 고려하지 않은 주요 문화시설의 수도권 밀집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도 뒤따르는 실정이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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