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의약품박람회(CPhI Worldwide 2021)에 총출동했다. K-방역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기세를 몰아 새로운 신규 고객 창출에 나선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대면 미팅이 속속 재개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한 CPhI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JW홀딩스, 경보제약, 종근당바이오,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0여 곳이 참석했다. 행사 종료일인 11일(현지시간)까지 사흘간 부스전시와 비즈니스 미팅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CPhI는 원료의약품과 합성, 바이오 등 완제의약품 뿐 아니라 의약품 포장재, 설비, 물류까지 의약품 관련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170여 개국 2,500개 이상의 기업들과 4만8,000명 이상의 의약품 관련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매년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올해는 온·오프라인 행사가 동시에 열리면서 2년만에 현장전시가 가능해졌다. 제약·바이오기업들 입장에선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팬데믹 위기를 계기로 물오른 국내 기업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부스 전시 규모를 예년보다 대폭 키우고 대형 파노라마 패널을 설치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사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와 연달아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생산의 글로벌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 중이다. 올해는 현재 건설 중인 4공장 홍보에 주력한다. 4공장은 최첨단 장비와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겸비해 세포주 개발부터 상업 생산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한 곳에서 가능한 슈퍼플랜트다. 25만6,000L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췄다. 4공장이 가동에 돌입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2만L의 생산 규모를 확보하게 된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소요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에스-셀러레이트(S-Cellerate)’ 플랫폼 등 위탁개발 사업 홍보에도 힘을 주고 있다.
경보제약은 기존 핵심 사업인 합성의약품 원료의 해외 수출 논의를 구체화하고 CDMO 신사업을 홍보한다. 대회 첫날 스위스 바실리아와 별도 미팅을 갖고 5세대 세파계열 항생제의 위탁생산 논의를 진행했다. 경보제약은 종근당그룹에서 원료의약품을 담당하는 핵심 자회사다. 이번 박람회 기간 동안 해외 계약 수주에 힘쓸 계획이다.
전통 제약사들도 모처럼 열린 대면 미팅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JW홀딩스는 수출 효자품목 '위너프'를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위너프는 하나의 용기를 3개의 방으로 구분해 4가지 지질성분과 포도당, 아미노산 등을 간편하게 혼합 사용할 수 있는 3챔버 종합영양수액제다. 자회사인 JW생명과학이 2018년부터 유럽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뤄신제약그룹의 자회사 산둥뤄신제약그룹과 기술수출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진출의 물꼬를 텄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아모잘탄' 패밀리와 로수젯·구구탐스 등을 앞세워 제제 기술과 개량신약의 우수성을 알린다.
현지 박람회에 참석 중인 국내 기업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미팅 기회가 막히면서 사업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행사 기간동안 신규 파트너를 발굴하고 회사의 경쟁력을 어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