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부가 필요한 물품을 조달할 때 임금 인상을 한 기업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기시다 총리가 민심을 등에 업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실현하기 위해 내세운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열린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안을 내놓았다. 취임 직후 임금을 올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독려하기 위한 방안을 또다시 꺼낸 셈이다.
지난 2019년 기준 공공사업을 제외한 정부 조달 금액은 2조 6,212억 엔(약 27조 3,764억 원)에 이른다. 야마기와 다이시로 일본 경제재생상은 “공공사업도 기업들에 줄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기업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당초 내년에 추진할 계획이었던 간호사·교사 등의 임금 인상을 연내 시행하겠다는 내용도 제안에 들어 있다.
기시다 총리는 “19일 발표할 경제 대책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이라며 “새로운 자본주의를 서둘러 실행에 옮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가 임금 인상에 공을 들이는 것은 성장 전략 중심의 ‘아베노믹스’ 수정을 위해서는 분배의 핵심 키인 임금 상승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시다노믹스’가 아베노믹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조달 시 임금 인상 기업 우선 검토 외에 대부분이 이전 정권에서 추진했던 정책들이라는 이유에서다.
재원 마련을 위해 필요한 금융소득세율 인상도 총재 선거 때와 달리 당분간 건드릴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배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1일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회장으로 취임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계 복귀가 분배 강화를 내건 기시다노믹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아베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기시다노믹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