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집중매수하는 법인·외지인에 칼을 빼들었다. 전국의 실거래를 전수 조사해 위법 적발 시 관계 기관에 통보해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이들의 거래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은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법인·외지인의 공시지가 1억원 이하 아파트(저가 아파트) 거래 24만6,000건을 전수조사한다. 자금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검토하여 이상 거래를 골라낸다는 계획이다. 조사 결과 거래 과정에서 업·다운계약, 편법증여, 명의신탁 등 위법 행위 적발 시 경찰청?국세청?금융위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처벌을 받게 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까지 3개월간 조사를 벌이고 필요한 경우 기간 연장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법인·외지인의 저가 아파트 거래가 움츠러들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2개월동안 저가 아파트의 전체 거래량은 24만6,000건으로 이중 40% 가량이 현지인이 아닌 법인·외지인 거래였다.
법인 6,700여개가 2만1,000건(8.7%)을 매수했고 외지인 5만9,000여명이 8만건(32.7%)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1개당 평균 3.2건, 외지인 1인당 평균 1.3건을 매수한 셈이다.
이들은 공시지가 1억원 이하의 아파트의 경우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 때문에 단기 투기 수요가 몰리며 원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토부는 저가 아파트를 여러 차례 매수한 것을 두고 바로 투기 수요로 판단하거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매집행위로 인한 거래가격 상승 등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인?외지인의 거래에 대한 면밀한 분석?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와 별도로 법인의 저가아파트 매수 행태에 대한 심층적인 실태조사도 병행한다. 거래 지역·물건의 특징, 매수자금 조달방법, 거래가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실제로 올해 법인의 매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저가 아파트 거래량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4월 5%에서 지난 8월 22%로 급증했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법인의 저가아파트 매수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보완사항을 발굴하는 등 제도 개선에 활용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