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11일 내놓은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중공 중앙의 결의’를 통해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100년 역사에서 덩샤오핑까지 뛰어넘어 마오쩌둥 반열에까지 오름으로써 중국 내에서는 현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권위를 확보했다. 장기 집권의 이념적 정지 작업이 사실상 끝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제19기 6중전회) 폐회식을 갖고 중공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역사결의’를 기반으로 신화통신이 이날 공개한 ‘6중전회 공보’에서 이른바 시진핑 사상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자인 마오쩌둥 사상과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공보는 “당이 시진핑 동지의 당 중앙 핵심, 당 핵심 지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한 것은 전 군과 전 인민의 공통된 염원을 반영한 것으로, 신시대 당과 국가사업 발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역사 추진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어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21세기 마르크스주의, 중화문화와 중국정신의 시대적 정수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는 시진핑 사상이 중국의 이념적 토대인 마오쩌둥 사상과 사실상 동급이라는 이야기다. 이날 공보는 “마오쩌둥 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창조적 적용과 발전이며 마르크스주의의 첫 번째 역사적 도약”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시진핑 사상이 마오쩌둥 사상의 계승자가 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지위를 시진핑도 갖게 되는 셈이다.
공보는 역대 권력자인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까지 5단계로 구분해 공로를 설명했다. 다만 시진핑 시대에 특히 중점을 두고 곤란을 극복하고 중국을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기술했다. 공보는 시진핑 집권 9년에 대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중앙은 중대 도전을 이겨냈으며 한동안 해결하고 싶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했고,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큰 일을 완성했으며 당과 국가사업에 역사적인 성취를 얻게 해 역사적인 변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역사결의’의 전문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취지를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산당의 첫 역사결의는 1945년 제6기 7중전회에서 채택된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로 당내 반대파를 굴복시킨 정풍운동을 막 끝내고 마오쩌둥의 최고 권력을 확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번째는 1981년 제11기 6중전회 때 채택된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로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을 비판하고 새롭게 도입된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노선을 확인했다.
이번의 세 번째 역사결의안은 기존에 비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전망을 더 담은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 500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진핑이 권력을 잡은 2012년 이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 중국을 주요 2개국(G2)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제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시진핑이 전임자인 후진타오와 장쩌민의 재임 기간을 뛰어넘는 15년 이상의 초장기 집권으로 가는 길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변이 없는 한 내년 가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BBC 방송은 이날 역사결의에 대해 “시진핑은 자신이 중국 공산당과 중국의 장대한 서사에서 중심에 서는 역사결의를 통해 그의 권력을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시 주석의 중국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역사결의로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기반은 탄탄해졌다.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해온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차기 정부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