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1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거시경제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 병목이 언제 해소될지 알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이같이 발언했다.
솔직한 심정일 수 있지만 최근 물가나 경제에 대한 한은의 태도 변화를 보면 이번 발언 역시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리고 싶은 매파적 입장에선 물가 상승이 지속될수록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의 경기 진단이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하더니 기준금리 인상이 언급된 이후에는 물가 상승을 경고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어도 4% 성장은 문제 없다고 한다. 오죽하면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금융통화위원이 의사록에 “올해 4% 성장이 실현되고 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더라도 기준금리 인상 근거로 삼기 충분치 않다”고 적어 놓을 정도다.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 한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기대 인플레이션만 자극한다.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인식하게 되면 임금·제품 가격 인상 등 2차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도 한은에서 나오는 메시지에는 물가 상승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표현만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한껏 낮춘 기준금리가 불안한 한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재도 말했듯 공급 병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미리 정해두고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 급격한 출구 전략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답을 정해두기보다는 실제 경기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