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을 특별검사를 통해 밝히자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특검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지만 앞길은 꼬여 있다. 국민의힘은 “특별검사의 임명권을 야당이 행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고 맞서는 상황이다. 여야가 당장 특검에 합의해도 특검은 일러야 다음 달에 출범한다. 약 3개월의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대선 전에 특검 결론이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이 후보가 아주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 용어로 이걸 ‘가불기(가드가 불가능한 기술)’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오늘 당장에라도 여야 원내대표가 특검법안 처리를 위해 만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여당은 역공에 나섰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야당이 연락해오면 협상을 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후보 측은 더 공세적으로 특검 추진을 주장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검찰 수사가 곧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야당은)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며 여당도 수사가 미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특검)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특검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여야 모두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출범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가 각각 특검 수사 대상과 검사 임명에 대한 주도권을 쥐겠다고 나서면서다.
여당은 특검의 수사 대상 및 범위에 윤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비리 부실 수사 의혹이 포함돼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까지 함께 추진하는 ‘쌍특검’도 거론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생각하는 범위만으로 특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특별검사 임명권은 야당이 갖거나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단체에 이관하는 것이 옳다”고 역설했다. 또 이날 윤 후보는 조건부 특검에 대해 “터무니없는 조건을 달아 물타기한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특검 발족이 늦어지고 수사가 대선 전에 끝나지 않는 ‘물특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시간표를 볼 때 여야가 당장 협상에 돌입해도 내년 3월 9일 전에 특검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당 역시 이 같은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특검 수사에 대해 “특검이 임명되고 수사를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들이 있어 (대선 전 결론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