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신동빈 日에 직접 전화걸어 요소 1,000톤 확보…총수가 나서 혼란 수습

■백신 이어 요소까지…기업에 또 손벌린 정부

辛, 미쓰이화학과 네트워크 활용

구본준, 전 해외지사에 긴급 지시

상사맨 각국서 발로뛰며 물량 확보

최정우도 해외망 총동원 구매 타진

백신 부족땐 이재용 발 벗고 나서





정부가 내년 4월까지 필요한 요소수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힌 12일, 주요 조달 국가 명단을 보면 유독 일본이 눈에 띈다. 부가가치가 낮은 요소와 요소수는 대개 중국과 동남아시아, 원자재 부국인 호주 등이 생산한다. 일본은 경유 차량 비중이 낮아 자급자족을 위한 소규모 제조 기반만 갖췄다. 이례적인 일본 요소 도입은 현지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도했다. 신 회장은 미쓰이화학에 직접 전화를 걸어 1,000톤 규모의 고품질 요소를 바로 확보해냈다.

요소수 사태와 코로나19 백신 확보, 청년 실업 문제 등 국가의 주요 위기 국면마다 기업 총수들이 백방으로 뛰며 꼬인 매듭을 풀고 있다. 총수들이 오랜 기간 신뢰로 다져놓은 네트워크 자본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늑장 대응이 빚은 요소수 혼란을 총수들은 빠르게 안정시켰다. 국내 요소수 생산 절반을 맡은 롯데정밀화학 등 계열사를 보유한 신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모두 가동했다. 그가 연락한 미쓰이화학은 과거 롯데케미칼에 합성수지 기술을 전수할 만큼 오랜 기간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롯데정밀화학이 베트남과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요소를 확보할 때도 신 회장의 후광이 빛을 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난 1990년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전신) 상무로 그룹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면서 “롯데가 수소·화학 사업을 해외에서 추진하는 데 있어 신 회장의 네트워크가 계속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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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X그룹 회장도 그룹 차원에서 요소수 문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 계열사 LX인터내셔널은 본사와 해외 지사 전체에 요소수 조달 긴급 지시를 내렸고 상사맨들이 밤낮없이 뛴 덕에 중국과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에서 요소와 요소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이날에도 우리나라 차량이 2~3일 쓸 수 있는 요소수 145만ℓ 추가 확보 소식을 전했다. 특히 중국에서 확보한 요소 1,100톤의 의미는 각별하다. LX인터내셔널은 2013년 7월 중국 보위엔그룹으로부터 네이멍구 지역에 위치한 보다스디 석탄화공 요소비료 플랜트의 지분 29%를 인수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의 석탄화공 사업에 진출했는데 바로 이곳에서 요소를 확보한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역시 그룹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요소수 품귀 현상 직후 전 세계 80여 개 해외망을 가동해 구매 계약을 타진했다. 호주 블루녹스, 멕시코 자르크루세와 요소수 도입 계약을 체결했는데 두 회사 모두 한 번도 수출 경험이 없다 보니 통관부터 포장·물류 등 모든 과정을 새로 진행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물류사업부와 HMM까지 가세한 덕에 최종 확정에 이를 수 있었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조기 도입으로 이달 ‘단계적 일상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주효했다. 이 부회장은 올 8월 가석방된 후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소통한 끝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위탁 생산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을 연말에서 10월로 두 달 앞당겼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과 자원을 총동원해 양산 스케줄을 당김으로써 조기 공급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화이자 백신을 조기 도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최소주사잔량(LDS) 주사기’에도 삼성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이 주사기를 이용하면 같은 백신 용량이라도 접종자 수를 20% 늘릴 수 있다. 삼성은 주사기 개발사의 스마트공장 구축을 도와 대량생산 체제를 마련했다. 화이자는 당시 주사기 부족을 겪었는데, 삼성이 LDS 주사기를 대량 공급함으로써 백신을 빠르게 받아낼 수 있었다.

청년 실업난 해결을 위한 대규모 채용과 창업 지원 역시 총수의 결단에서 비롯한다. 고용 경직성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채용은 투자 이상으로 경영 판단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힌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은 잇달아 수만 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위기 때마다 발 벗고 나서는 기업들을 위해 ‘반(反)기업 정서’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최근 대선 후보에게 전하는 건의서를 통해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기업가 정신이 존중받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입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진혁 기자·김기혁 기자·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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