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류세 인하가 적용된 첫날인 12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직영 주유소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유하려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주유소에서는 ℓ당 휘발유를 1,715원에 판매했다. 전날보다 164원, 유류세 인하분만큼 값을 내렸다. 반면 대흥동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를 전날 가격과 같은 ℓ당 1,909원에 팔고 있었다. 2~3일 분량의 재고가 남아 있어 소진한 후 기름값을 낮출 계획이다.
유류세가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여간 한시적으로 20% 인하됐다. ℓ당 유류세는 휘발유 164원,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각각 116원, 40원 내린다. 다만 소비자가격은 개별 주유소가 결정하는 만큼 반드시 유류세 인하분만큼 유류 가격이 내리는 것은 아니다. 가격 하락에도 1~2주 정도 시차가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유류세는 정유사 반출 단계에서 부과되는데 세금이 인하되기 전 반출된 기름이 일선 주유소에 재고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68원 20전으로 전날보다 42원 내렸다. 경유는 30원 30전 내린 1,575원 40전, LPG는 30원 40전 내린 1,047원 90전이었다.
정부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시장에 즉각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저유소를 24시간 운영하고 배송 시간을 연장한다. 기획재정부도 알뜰·직영 주유소의 인하분 즉각 반영, 자영 주유소의 자발적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민관 합동 시장 점검반을 운영해 반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영 주유소의 경우 전날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자영 주유소 업주들은 “유류세 인하를 즉각 반영하면 손해를 보고 파는 수준”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저마다 다른 기름값에 시민들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김모(26) 씨는 “모든 주유소가 인하되는 줄 알았는데 일부 주유소에 한해 유류세 인하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직장인 연모(30) 씨는 “기름값을 낮추지 못한 주유소들이 1주일 안에는 유류세 인하를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에 유가가 올랐다면서 원래 가격으로 회귀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편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한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이날 오피넷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는 수천 명의 대기열이 생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