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스탬핑이 책임진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 내 스탬핑(강판을 차체 모양으로 성형하는 작업) 공장에 걸린 현수막이다. 그 아래에서는 생산직 직원이 강판을 손으로 쓸어보고, 빛에 비춰보고, 얼굴을 가까이 대고 살펴보는 등 검수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품질에는 타협이 없고 불량은 받지도 주지도 말자"는 스탬핑 공정의 정신은 차체·도장·조립 공정에서도 이어졌다. 르노삼성의 XM3가 ‘한 번 사면 품질로 후회하지 않는 차’라는 명성을 얻고 수출 5만대를 돌파한 배경이다.
지난 9일 르노삼성 부산 공장에서는 갓 만들어진 5만 번째 수출용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가 첫 시동을 켰다. XM3는 부산공장의 효자 차종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2014년부터 닛산으로부터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위탁생산했으나 2019년 계약이 만료됐다. 그 해 임금단체협상 불발로 인한 장기 파업이 겹치며 부산공장 생산량은 연 20만대에서 10만대 후반으로 뚝 떨어졌다. 그 빈틈을 메운 차가 바로 XM3다.
XM3 등 부산 공장 생산 차량은 출고까지 7단계의 철저한 품질 보증 프로세스를 거친다. 생산이 완료되면 차의 외관과 성능을 검사하고, 도로에서는 주행 성능을 테스트한다. 이어 누수 점검을 위해 1시간 동안 3,000㎜의 물폭탄을 쏟아붓는다. 이후 최종 외관·기능 검사를 거쳐 고객 출하 전에 다시 한 번 불량이 없는지 점검한다.
생산 과정 중에는 검사가 더 까다롭다. 생산의 첫 단계인 스탬핑 공정에서는 두께, 촉감, 사양 등 32개 항목을 점검한다. 스탬핑 공정에서 만들어진 패널을 차 모양으로 만드는 차체 공정에서는 로봇과 사람이 함께 불량 여부를 확인한다. 도장이 완료된 차는 라인에서 한 번, 조명실(라이팅 부스)에서 한 번 더 표면이 거친 부분이 없는지, 다른 소재 별로 색깔이 이질적이지 않은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부산 공장이 지난 9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21개 공장 중 가장 낮은 출하량 대비 불량 건수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철저한 검증 시스템의 결과물이다.르노삼성은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XM3 수출량을 내년 10만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한 르노삼성차의 근성과 집념의 결과로 당초 예상을 웃도는 판매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올해 반도체 수급난을 극복하고 내년 실적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