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동십자각] 탄소 중립 '원푸드' 다이어트

文 정부 2030년까지 탄소 40% 감축 목표 확정

40%라는 목표치에 매달리면 우리 경제에 부작용 줄 수도

우리 체질에 맞는 목표 무엇인지 재검토 할 용기 없나





요즘 금융·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그중에서도 환경이다. 세분화해서 보면 탄소 중립, 수소 에너지, 전기 모빌리티 등 소위 ‘뜬다’는 미래 산업은 모두 환경 항목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기업 경영전략실에서부터 사모펀드(PEF)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투자자들이 벌써 몇 년 전부터 환경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어떤가. 보통 민간이 저만치 앞서가면 속도에 뒤처진 정부가 발목을 잡기 마련이지만 환경 분야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도리어 정부가 민간 기업에 회초리를 들고 더 빠르게 뛰라고 채근하는 형국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이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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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40% 감축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정말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전 지구적인 산불이 일어나는 한편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게 되나. 미국 환경 운동계의 거물인 마이클 셸런버거 환경진보 대표를 비롯해 상당수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전보다 1.5도 오른다고 해서 지구가 당장 멸종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말한다. 가령 몸무게가 100㎏인 사람에게 의사가 몸무게를 40㎏ 빼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20㎏나 30㎏밖에 빼지 못했다고 해서 이 사람이 급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 40%라는 목표에 집착해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등 실현 불가능한 실천 방안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시민 단체까지 뛰어들어 탈(脫)원전까지 강요하면서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 받아야 할 환자가 ‘원푸드’ 다이어트를 시작한 꼴이 됐다. 이런 식단으로는 현실적으로 살을 빼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감량에 성공하더라도 체내 호르몬 불균형, 요요 현상과 같은 막대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철강·화학처럼 탄소 고(高)배출 산업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 산업 체질을 감안하면 자칫 관련 산업 붕괴 같은 최악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

탄소 중립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내부의 기류 변화 가능성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화석연료 배척 정책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50% 아래로 떨어져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정권 초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탄소 중립 정책을 선회하지는 않겠지만 차기 행정부 때는 큰 틀에서 정책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피골이 상접해진 우리 산업이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진지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

세종=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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