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軍에 '박사급 연구병과' 신설해야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AI·빅데이터 등 IT 인력 절실한데

이공계 청년들 군복무로 경력단절

지역학교·ADD 활용 '연구' 지속땐

年 박사급 2,000여명 확보도 가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정보기술(IT) 업계 인력 부족’ ‘개발자 모시기 경쟁’ ‘전공 불문 코딩 배우기 열풍’ 등의 기사는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 인력 부족은 올해 1만여 명, 내년에 1만 5,000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기업마다 AI, 소프트웨어(SW) 전문가는 물론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의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건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박사 학위 및 연구·직무 경험이 있는 인재에게 파격적인 연봉 및 보너스, 스톡옵션을 제시하며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재 확보가 더뎌 해외에서 인재를 데려오기도 한다. 관련 박사급 인력들은 시장에서 연봉 인상을 견인하며 ‘귀한 몸’이 된 지 오래다. 인재 수요를 감당하려면 안정적으로 연구 경력을 쌓는 박사급 인재들을 계속 길러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병역의무에 따라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이로 인해 군 복무 기간에는 본의 아니게 ‘경력 단절’이 발생한다. 점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생기는 연구 경력 단절은 종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공백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병역 자원 감소를 이유로 이공계 전문연구요원을 축소하고 있다. 전문연구요원은 병무청이 지정한 연구 기관이나 기업에서 급여를 받으며 근무하는 석사급 전문연구요원과 2년간 박사과정을 밟은 뒤 1년간 근무하는 박사급 전문연구요원으로 구분된다. 이는 이공계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군 복무 방식이다. 그럼에도 선발 인원 축소와 제도 폐지에 대한 우려로 최근에는 현역 입대를 택하는 이공계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박사급 연구 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6,000~7,000명 정도 배출되는 이공계 박사 졸업생들이 스스로 연구 경력 단절을 택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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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하나의 대안으로 군 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병과 신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가령 학석박과정을 통해 연속적으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매년 1,000명 내외로 선발해 연구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 연구소를 신설하거나 국방과학연구소(ADD)를 활용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은 지역 내 학교 등의 교육 시설을 연구 시설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 교육 시설의 인프라와 장비들을 활용한다면 초기 발생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역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상권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복무 기간을 2년으로 가정하면 이를 통해 연간 2,000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 확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연구병과 신설 및 양성은 군대 스스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물량 위주의 군비 경쟁이 아닌 고도화된 첨단 무기나 AI 활용 여부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정보 수집과 AI·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의 접목 및 활용이 국방에서도 중요하게 된 것이다. 전투기와 장갑차의 자리에 드론과 무인 자율주행차가 채워지고 있으며 밀리터리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합친 ‘밀리테크’라는 말도 생겨났다. AI와 클라우드 같은 첨단 기술 수요가 늘면서 군 내의 AI·SW 전문가 양성 역시 매우 시급한 과제가 됐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을 군에서 직접 뽑고 기르게 됨으로써 비용 절감은 물론 기술력 확보에 따른 국방 역량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탈피오트라는 제도를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이공계 인재를 뽑아 대학 교육과 훈련을 함께 이수하게 하고 이들을 첨단 군사 장비 개발은 물론 사이버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엘리트 군인으로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과학기술전문사관’이라는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선발 인원도 매년 25명에 불과하다.

출산율 감소의 여파는 비단 병역 자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 고도화와 사회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데 인구는 줄어드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연구병과 신설 역시 단순히 병역 자원 감소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연구 인력 양성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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