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정책

자고 나면 오르는 금리에 대출자 '惡소리'…커지는 '정부 책임론'

■'오락가락 정책' 부작용…서민 이자부담만 키워

은행 3분기 누적순익 15조5,000억

전년比 5조 늘어…'이자장사' 비판

예금보다 대출금리 급격히 올리고

대출총량 맞춘다며 우대금리 없애

금리인상땐 실수요자 고통 더 커져

고승범 "시장개입 어려워" 재확인


나날이 치솟는 대출금리로 인해 은행을 향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커지는 반면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린다는 이유에서다. 대출금리의 인상 속도에 비해 예금 금리는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은행들이 견고한 실적을 거뒀다.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예대 금리 차를 키운 금융 당국으로서는 시중은행의 금리에 섣불리 개입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년 기준금리 인상까지 유력한 상황에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출 규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출 규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1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 은행 영업 실적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조 1,000억 원이 오른 4조 6,000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조 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조 3,000억 원 증가했다. 3분기 당기순이익의 증가는 대출 자산이 늘어 이자 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한 데서 비롯됐다. 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11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조 3,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 자산만 2,551조 4,000억 원에서 올해 3분기 2,785조 2,000억 원으로 9.2% 뛰었다. 순이자마진(NIM)도 1.44%로 전년 동기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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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로 대출이 늘면서 은행들이 호실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 같은 실적에 금융 소비자들은 불만이 거세다. 은행이 예금 금리에 비해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가중평균 금리는 올해 초 2.63%에서 지난 9월 3.01%로 0.38%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3.46%에서 4.15%로 0.69%포인트 뛰었다. 반면 저축성 수신 금리는 0.31% 오르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 금리의 증가 속도와 비교하면 저축성 수신 금리가 절반에 못 미치는 셈이다.

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몰려가 호소를 쏟아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일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고 요구한 글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1만 4,573명이 동의했다. 은행들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다른 청원인은 “2019년 6월 이율 2%대로 중도금 대출을 받았는데 최근 중도금 상환 및 잔금 대출을 하려니 이율이 4%라고 한다”며 “지금이 그때보다 기준금리(코픽스·주담대 변동 금리의 지표 금리)가 낮은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예금 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게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에서 비롯되면서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5~6%대를 지키기 위해 은행들은 그동안 불문율로 여겼던 우대금리를 폐지하고 가산금리를 올렸다.

은행의 예대율(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 잔액의 비율) 측면에서도 은행이 예금 금리를 올려 예금을 더 확보해야 할 유인이 없다. 지난 9월 말 기준 KB국민은행(100.1%)을 제외하고 신한은행(98.8%)·하나은행(98.6%)·우리은행(98.4%) 모두 기준선인 100% 이하로 집계됐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에 비해 확보한 예금이 많고 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을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예금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예대 금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의식해 대출금리를 내렸다가 대출이 몰려 총량 규제를 위반하게 된다”며 “은행들이 이자 이익을 늘려 돈을 벌겠다고 계획하지 않았지만 각종 대출 규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현재와 같은 대출 규제 기조가 유지되는 데다 기준금리까지 인상되면서 대출금리가 발 빠르게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정부는 과도한 부채 증가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하고 금융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정책이 불가피하다”며 “시장금리가 오르고 우대금리가 축소되는 추세인데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지만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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