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재주는 면세점, 돈은 '다이궁'이…올 수수료만 2조 넘게 퍼줬다

■면세4사 3분기 실적 악화

코로나 이후 최대 매출 기록했지만

큰손 '다이궁 모시기' 수수료 경쟁

매출 대비 30% 후반까지 치솟아

롯데 적자전환·현대 적자폭 확대


면세점들이 코로나19 이후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에게 주는 수수료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면세점들이 사실상 유일한 매출처인 다이궁을 잡기 위해 과열 경쟁에 나서면서 매출액의 30%를 훌쩍 넘는 ‘알선 수수료’를 이들에게 쥐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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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호텔롯데·호텔신라·현대백화점·신세계 등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면세 4사의 3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2% 증가한 3조 724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1분기 2조 315억 원보다 24% 증가한 2조 5,118억 원였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익은 크게 악화됐다. 4개 사 합산 영업이익은 64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90.7% 쪼그라들었다. 1분기에는 422억 원, 2분기 688억 원이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매출액이 3분기 9,604억 원으로 코로나19 이후 최대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5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3분기 영업적자가 113억 원으로 전 분기 -77억 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호텔신라의 경우 같은 기간 471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신세계는 전 분기보다 19.1% 늘어난 22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이는 인천공항 임대료 환입으로 인해 회계상 이익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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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증가하는데도 수익이 악화되는 이유는 다이궁에게 주는 수수료가 늘었기 때문이다. 면세점들은 중국 여행사가 다이궁을 모아 오면 이에 대한 알선 수수료를 지급한다. 여행사들은 이를 다시 다이궁의 체류 경비를 지원하고 일정 부분은 지급하는 식으로 지원해준다.

면세 4사 중에 유일하게 알선 수수료를 공개하고 있는 호텔신라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6,660억 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2조 1,894억 원으로 매출액의 30.4%를 수수료로 준 셈이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면세 업계 관계자는 “품목별로 수수료가 다르기는 하지만 워낙 면세점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 업계 전체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면세점에서 파격적인 수수료를 제시하며 다이궁 호객에 나서면서 전체 수수료를 끌어올리는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만 면세점이 총 8개가 있는데 입지 여건이 떨어지는 면세점에서 수수료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나머지도 울며 겨자 먹기로 맞추고 있다”며 “면세 4사가 그야말로 ‘피 터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실적을 올리기 위해 수수료 지급 경쟁이 치열해졌다. 호텔신라의 매출액 대비 수수료 비중을 보면 1분기 25.2%였으나 2분기에는 30%, 3분기에는 33.8%까지 올랐다. 지금은 30%대 후반까지 올라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호텔신라의 분기별 수수료율을 기준으로 면세 4사의 매출액 대비 수수료를 계산해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2조 원이 훌쩍 넘는 수수료가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악순환 구조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면세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방역을 강화하면서 다이궁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으로 일부 관광객이 늘고는 있지만 실적에 영향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 왕래가 좀 더 수월해지는 조치가 없는 한 현재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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