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하늘길을 누비게 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을 두고 국내 기업들의 3파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든 현대자동차와 한화그룹에 이어 롯데가 16일 UAM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다. UAM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대한항공은 현대차와 손을 잡았다.
롯데지주와 롯데렌탈은 이날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 모비우스에너지, 한국 민트에어, 인천광역시 등과 내년부터 UAM 실증 비행을 추진하는 ‘인천 도심항공교통 실증 비행 협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한미 컨소시엄을 통해 오는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UAM 사업에 나선다. 인천공항과 잠실 사이를 운항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지주는 그룹 내 역량과 네트워크를 결집해 실증 비행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롯데렌탈은 항공과 지상을 연결하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을 중점 추진하고 버티포트(이착륙장)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및 운영도 검토한다. UAM과 연계할 수 있는 교통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정보통신도 자율주행 셔틀 임시 운행 허가를 국내 최초로 취득하고 세종시 등에서 실증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사 ‘중앙제어’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UAM 개발 경쟁에 먼저 뛰어든 현대차도 이날 KT·인천공항공사·현대건설이 참여 중인 컨소시엄에 대한항공이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3개사와 한국형 UAM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가세함에 따라 5개사는 UAM 생태계 구축과 산업 활성화, 각종 실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UAM을 둘러싼 각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협력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모빌리티 사업의 핵심 축으로 UAM을 주목하고 있다. 기체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사업화 모델을 찾고 있다. 미국 UAM 법인 ‘슈퍼널’을 통해 영국 ‘알티튜드 엔젤’, 독일 ‘스카이로드’, 미국 ‘원스카이’와도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기체 개발과 운영체계 등 UAM 공통 표준 수립에 앞장서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UAM을 통한 공항과 도심 연결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은 UAM 수직 이착륙장인 버티포트 설계 및 시공을 맡는다. KT는 UAM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 플랫폼 개발, 모빌리티 사업 모델 연구 등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합류한 대한항공이 여객 및 화물 운송 노하우와 항공기 개발 등 경험을 토대로 관제와 물류 등에 주력할 예정이다. 신재원 현대차 사장은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각 분야를 선도하는 민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5개사가 UAM 업계의 어벤져스라는 생각으로 뭉쳐 시장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에는 SK텔레콤과 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 연합이 UAM 종합 실증에 성공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당시 SK텔레콤은 김포공항 외부 상공을 3분가량 선회한 UAM 조종사와 지상 통제소 사이를 이동통신망으로 안정적으로 연결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에어택시 업체인 오버에어와 함께 UAM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2024년 기체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 시범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 세계 UAM 시장은 2025년 13조 원에서 2040년 741조 원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2040년에는 국내 UAM 시장 규모만 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UAM 시장 규모가 지난해 7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 4,740억 달러까지 커진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