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연말로 접어들면서 대주주 양도세 회피를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물량 출회와 수익을 확정해야 하는 기관투자가들의 북클로징 시기가 맞물려 수급 부담에 따른 변동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주요 투자 주체들의 연말 차익 실현 요구를 역이용할 수 있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 12거래일간 코스피에서는 2조 2,956억 원, 코스닥에서 6,081억 원 등 총 2조 9,037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10월에 양대 시장에서 2조 9,070억 원을 순매수한 것과 딴판이다.
이처럼 올 한 해 증시를 떠받친 1,000만 동학개미들이 완전히 다른 거래 양상을 보이는 것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과 함께 연말을 앞두고 대주주 양도세 회피를 위한 매도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컸던 만큼 개인 순매수가 몰린 종목 가운데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연말 개인 매도의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규·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로 지난해는 달랐지만 연말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도는 세금 회피 차원에서 이뤄지고 기관투자가들은 한 해 수익을 확정해야 하는 시기라 차익 실현 욕구는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차익 실현 욕구가 큰 종목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거래량과 시간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한 업종은 화학과 자동차부품, 의류, 미디어·콘텐츠, 소프트웨어, 2차전지 소재, 유틸리티 등이 꼽힌다. 이 업종들이 차익 실현으로 인한 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역이용해 성장성이 좋은 종목을 사들이면 저가 매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KB증권은 연말 차익 실현 욕구가 크지만 성장성이 높은 종목으로 F&F·삼아알미늄·솔루스첨단소재·에코프로비엠·후성·에스엠·덱스터·위지윅스튜디오·동화기업·아프리카TV 등을 제시했다. 다만 최근 들어 증시 상승세가 한풀 꺾인 탓에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지 않아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 지위 회피 물량도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