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년 8월 2차 전세대란 불보듯…"차라리 사자" 집값 또 뛸수도

■얼어붙은 전세시장…임대차법發 불안 가중

집주인들, 일부 호가 조정에도 시세 이하로는 안 내려

갱신 계약 끝나면 '4년치 미리 올리자' 대폭 인상 별러

서울 전세가율 80% 전망도…'전세의 월세화' 빨라질 듯





# 경기도 김포에 사는 50대 직장인 송 모 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양천구로 이사하려고 전세를 알아보다 전세대출을 구하지 못해 발목을 잡혔다. 송 씨는 “전세대출은 규제를 푼다고 들었는데 은행 대출 심사에서 탈락했다”며 “전세 가격도 올랐는데 대출이 안 되니 이사를 포기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 얼마 전 아파트 매도 계약을 한 김 모 씨는 매수인이 김 씨의 집을 전세 놓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기로 했는데 전세가 나가지 않아 밤잠을 설치고 있다. 김 씨는 “매수인이 지금 시세보다 전세금을 낮추면 잔금을 못 치른다는데 결국 매매 계약이 파기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전세 시장이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면서 거래가 얼어붙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제도 및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 거래 비용, 대출 불안’ 등 3중 변수가 시장을 지배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 2법 도입 만 2년에 접어드는 내년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전세 시장에 제2의 대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세 거래는 쪼그라들고 가격은 급등하는 현상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호가 조정해도 “시세 이하로는 안 내려”=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가 감소한 것은 수요자 입장에서 가격 급등의 후폭풍에다 대출 규제가 겹쳤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거래 자체가 잘 안 되는 것은 전세 가격이 계속 올라 상승 피로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전세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져 수요자가 높은 가격에 따라붙기가 힘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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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이 높아진 전세가격에 맞춰 들어오려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호가를 내리는 사례도 나오지만 여전히 시세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은 지난달 14억5,000만원에 나왔던 전세 매물이 최근 13억원으로 조정됐다. 다만 최근 실거래가격인 지난 8월 12억원 보다는 1억원 비싸다. 입주를 앞둔 은평구 응암동 이편한세상 전용 59㎡ 전세 매물도 호가가 최고 5억 8,000만 원에서 최근 5억 3,000만 원으로 내렸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시세 보다 낮추는 급매물은 없지만, 비싼 매물은 조정이 되고 있다”며 “특히 전세 거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아 전세를 새로 놓아 잔금을 치르려던 몇몇 매수자들이 조급해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치솟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결국 반전세로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전세 거래는 감소한 반면 월세 거래량은 늘어나는 이유다. 임 팀장은 “전세 거래가 줄고 수급 심리가 떨어지지만 전세난은 이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전세 수요가 줄어들어도 전셋값 기준으로 수도권은 비수기가 없다”고 진단했다.

◇갱신 계약 종료 후 내년 전세가 상승 불 보듯=전문가들은 전세를 내놓기도, 구하기도 힘든 현 상황이 내년에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8월 임대차법 시행 만 2년을 맞아 그동안 전세 보증금 5%만 인상한 계약 갱신으로 급등한 시세를 반영하지 못했던 매물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8월 이후 갱신 계약 기간마저 끝난 전세 수요자들이 시장에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들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신규로 세를 놓을 수 있는 집주인들은 4년 이후의 시세를 고려해 가격을 높이면서 전세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의 경우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80%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데이터 기준 서울 전세가율이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16년 6월(75.1%)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신규 계약 시 가격이 오르고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내년에는 서울 기준 전세가율이 80%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며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결국 반전세를 선택하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오르고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임대차 2법발 전세가 불안이 아파트는 물론 빌라 매매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임 팀장은 “당장 8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두세 달 전인 5~6월부터 전세 가격이 오르면 또다시 내 집 마련 수요가 늘어나 매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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