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李 비판’ 진중권 발언 못 쓰게 한 선관위, 언론 재갈 물리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판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글과 말을 인용 보도한 언론사 11곳에 ‘주의’ ‘공정 보도 협조 요청’ 등의 조치를 내렸다. 진 전 교수가 페이스북 등에서 이 후보에 대해 ‘이분이 실성을 했나’ ‘마구 질러댄다’ 등의 표현으로 꼬집은 것을 인용한 기사에 대한 제재 조치다. 심의위는 “특정 논객의 글을 그대로 인용했다”면서 “일방적 비판을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은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김어준 씨 등 친여 성향 논객의 발언을 인용 보도한 데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 보도 규제는 헌법 제2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언론 본연의 비판과 감시 기능까지 통제하려는 선관위의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인용·해설 등의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은 언론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질 일이다. 더구나 여야 후보에 대한 언론 보도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 공정한 선거 관리 의무를 저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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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선관위는 여러 차례 정치 중립과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4월 재보선 당시 현수막의 ‘위선·무능·내로남불’ 등의 표현에 대해 “특정 정당을 유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가 판정을 내렸다. 반면 여당 후보를 홍보하는 듯한 서울시 교통방송의 ‘#1합시다’ 캠페인 등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선거 때마다 헌법 제114조에 규정된 책무인 ‘공정 선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선관위가 사실 왜곡이 아닌 인용 보도까지 문제 삼으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면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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