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손주 사랑이 때로는 직접 낳은 자식을 향한 사랑보다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에모리대학교 연구진은 어린 손주를 둔 할머니 50명의 뇌를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으로 촬영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3~12세 손주를 한 명 이상 둔 할머니를 대상으로 손주 사진을 본 뒤 뇌의 감정이입 영역이 활성화되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실제로 강력한 활성화 반응을 보였으며, 손주가 우는 사진을 보자 할머니 뇌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느꼈고 손주가 웃는 사진에는 기쁨을 느꼈다.
연구팀은 특히 일부 할머니는 직접 낳은 자식 사진을 봐도 손주의 사진만큼 강력하게 뇌의 감정이입 영역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고 발표했다. 연구를 이끈 제임스 릴링 박사는 "성인이 된 자식에게는 손주가 가진 만큼의 귀여움이 없다는 점에서 동일한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엄마로서 자식을 키울 때 느꼈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할머니로서 손주를 돌볼 때는 훨씬 적다는 게 많은 이가 꼽는 장점"이라며 "엄마보다 할머니인 걸 훨씬 즐기곤 한다"고 덧붙였다.
릴링 박사는 앞서 비슷한 연구에서 아빠의 뇌 사진도 촬영했다. 이 실험에서도 아빠 중 일부는 자식 사진을 볼 때 손주 사진을 보는 할머니만큼 강력한 뇌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많은 공동체에서 할머니는 중요한 양육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할머니의 양육을 지원하는 게 아이의 복지를 개선하는 데 직접적 연결고리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