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닌만큼 타인에게 자신의 도피를 돕게 한 것 역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A씨는 2018년 10월 악성 고혈압 등을 이유로 1개월 형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한 달 뒤 A씨는 석방기간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인 B씨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고 같은 해 12월까지 B씨의 어머니 집에 머물렀다. 또 B씨는 “당신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달라”는 A씨의 부탁을 들어줬다.
이후 붙잡힌 A씨는 범인도피교사죄, 남자친구를 숨겨준 B씨는 범인도피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A씨에게 유죄 평결을 했고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했고 2심의 판단은 무죄로 뒤집혔다.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2014년 대법원 판례가 근거로 작용했다. A씨의 도피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면 B씨에게 도피를 요청한 행위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검찰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A씨의 무죄를 확정했다.